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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13. 2022

진심과 거짓 사이

진심을 남발하면 그 의미가 퇴색될까 봐

진심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너무 남발해서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진심이라는 말을 넣지 않으면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특별한 목표가 없다. 유명한 작가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처럼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과 소소하게 글과 삶을 나누는 것이 그냥 좋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3년 전에 첫 책을 출간한 후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다. 기획 출간을 한 책이 잘 안 팔리면, 작가는 출판사에 죄인이 이 된다.



모든 작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출간 후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내 글이 책이 된다는 건 사실 어마어마한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고,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야 하며, 끝까지 책을 놓지 않도록 문장으로 휘어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중고서점에 내다 팔리지 않으려면 밑줄을 다섯 페이지 이상은 그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 책을 잘 팔기 위해 과장과 거짓을 쓸 수는 없다. 진심이 담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3년 전 나는 나 자신과 약속했다. 다음에 또다시 출판사와 함께 기획 출간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 바로 그 과정 중에 있다.



며칠 전에 메일을 하나 받았다. 네이버 블로그로 우연히  “괜찮아쌤” 님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글에 대한 고민에 내가 어쭙잖은 댓글을 달았었다.

“자신을 위한 글을 충분히 쓰신 후에 독자를 위한 글을 써보세요.”  


그 후 그분은 내 책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당골쓰)”를 읽었다고 한다. 그리곤 정말로 글을 꾸준히 쓰셨고, 브런치 작가가 되셨고, 투고를 하셨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셨고, 다음 달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곧 출간될 책의 추천사를 나에게 부탁하셨다.

그 메일을 받고 나는 두 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하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누군가에게 진짜로 전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이었다. '당골쓰' 책은 나 혼자 기획하고 써서 부크크 POD 출판으로 만든 책이었다.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책에 내 진심을 담고 싶었다.


 다른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내가 감히 누군가의 책에 추천사를 써도 될까? 오히려  때문에 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추천사를 쓰기로 했다. 생에  추천사를,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신 작가님을 위해 쓰기로 했습다. 내가  나가는 작가라서 공감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 앞서 걸었던 나를 공감한 것이었을 테니.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이란 내 진심이 담긴 글이다. 진심이라는 말을 너무 남발해서 그 의미가 퇴색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진심을 빼고는 도저히 나를 쓸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있어 보이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 삶을 사는 것.

그것은 바로 진심이 담긴 나의 글을 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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