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남발하면 그 의미가 퇴색될까 봐
진심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너무 남발해서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진심이라는 말을 넣지 않으면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특별한 목표가 없다. 유명한 작가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처럼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과 소소하게 글과 삶을 나누는 것이 그냥 좋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3년 전에 첫 책을 출간한 후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다. 기획 출간을 한 책이 잘 안 팔리면, 작가는 출판사에 죄인이 이 된다.
모든 작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출간 후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내 글이 책이 된다는 건 사실 어마어마한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하고,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야 하며, 끝까지 책을 놓지 않도록 문장으로 휘어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중고서점에 내다 팔리지 않으려면 밑줄을 다섯 페이지 이상은 그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 책을 잘 팔기 위해 과장과 거짓을 쓸 수는 없다. 진심이 담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3년 전 나는 나 자신과 약속했다. 다음에 또다시 출판사와 함께 기획 출간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 바로 그 과정 중에 있다.
며칠 전에 메일을 하나 받았다. 네이버 블로그로 우연히 “괜찮아쌤” 님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글에 대한 고민에 내가 어쭙잖은 댓글을 달았었다.
“자신을 위한 글을 충분히 쓰신 후에 독자를 위한 글을 써보세요.”
그 후 그분은 내 책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당골쓰)”를 읽었다고 한다. 그리곤 정말로 글을 꾸준히 쓰셨고, 브런치 작가가 되셨고, 투고를 하셨고, 출판사와 계약을 하셨고, 다음 달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곧 출간될 책의 추천사를 나에게 부탁하셨다.
그 메일을 받고 나는 두 가지 감정에 휩싸였다. 하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누군가에게 진짜로 전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이었다. '당골쓰' 책은 나 혼자 기획하고 써서 부크크 POD 출판으로 만든 책이었다.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책에 내 진심을 담고 싶었다.
또 다른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데, 내가 감히 누군가의 책에 추천사를 써도 될까? 오히려 나 때문에 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난 그 추천사를 쓰기로 했다. 생에 첫 추천사를, 내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신 작가님을 위해 쓰기로 했습다. 내가 잘 나가는 작가라서 공감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 앞서 걸었던 나를 공감한 것이었을 테니.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이란 내 진심이 담긴 글이다. 진심이라는 말을 너무 남발해서 그 의미가 퇴색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진심을 빼고는 도저히 나를 쓸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있어 보이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 삶을 사는 것.
그것은 바로 진심이 담긴 나의 글을 쓰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