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열차

지켜야 하는 것

by 온이로

화물열차 들어옵니다. 노란 선 뒤로 물러나시길 바랍니다. 짧은 안내방송 뒤로 굉음을 내며 열차가 들어온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열차. 나는 그 속도에 빨려 들어가 분쇄될 것만 같은 공포를 느낀다.


나는 사소한 것에도 정해진 규칙을 따르려 애를 쓴다. 문의 당기시오 팻말은 꼭 당겨서 열고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수 있으면 꼭 횡단보도로 건넌다. 쓰레기는 버릴 곳이 없으면 가방에 넣거나 손에 들고 다닌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에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모두가 다 하니까 나 하나쯤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일까? 내가 사는 곳의 번화가에는 횡단보도를 사람과 오토바이가 함께 건넌다. 인도도 공유하고, 횡단보도도 공유하고, 이제 오토바이를 자전거라 취급하기로 했는데 나만 몰랐던 것이 틀림없다. 모든 사람들이 빨간불에도 건너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그 위상을 잃었지만 파란불에야만 건너는 나 같은 사람이 아직은 훨씬 많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유별나 보일지도 모른다.


역의 플랫폼에서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이용객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화물열차가 통과할 것이기에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안전선 바로 앞까지 구조물이 튀어나온 곳으로 지나가기 위해선 안전선을 밟고 지나가야만 했다. 나는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 곁에 서서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위험하면 소리를 질러가면서, 호루라기를 불어가면서 까지 통제하겠어, 하는 생각을 가지고선 말이다. 잠시 후 사람의 목소리로 짧게 화물열차가 통과한다는 안내가 나오고는 멀리서, 아주 멀리서부터 굉음을 내며 열차가 달려왔다. 여태 화물열차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어릴 적에는 열차의 소리를 한동안 무서워했기에 기차역에서는 열차가 들어올 때쯤 귀를 막고 눈을 꼭 감고는 했다. 그리고 화물열차의 속도에 바람이 이는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날의 그것은 달랐다. 굉음은 끊이질 않고 구조물에 가려 열차가 눈앞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은 회오리를 만들어 나를 쓸어가 버릴 듯했고 마치 빨려 들어갈 것 만 같은 공포가 찾아왔다. 한순간이었다.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은 사람들을 다시 플랫폼으로 갈 수 있게 안내했고 나 또한 그 좁은 길을 지나갔다. 왜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날은 유난히 열차가 길었고 이용객이 많았다. 지금도 역에 가면 노란 선 뒤로 물러나라는 온갖 신호를 듣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이 안전선을 밟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종종 마주한다. 안내원, 경찰, 승무원, 간호사, 모든 권고하고 안내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나는 이렇게 연상할 수밖에 없다.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안전선을 밟은 사람은 열차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다고. 사소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거나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나아가 본인이 화를 입을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