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4일째

30번째 생일

by 온이로

채식주의자

모든 것을 해치는 인간에 대한 고찰.

식물이 되어 아무것도 해치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채식 선언을 했다. 아주 어릴 적 -이 아닐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때 한미 FTA 사건으로 공장식 도축 과정의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그대로 엄마에게 달려가 펑펑 울면서 말했다. "나 이제 채식할 거야!" 그런 채식은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지속되었다. 육류만 먹지 않는 폴로였지만 세상엔 고기가 넘쳤고 고기짓 안의 나는 소외되고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그때의 채식은 사회 앞에 선 작은 어린 여자를 포기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30대의 성인이고 나를 말릴 자는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살고 있는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채식 선언을 한 지 1일 차부터 채식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해 설파하는 사람이 생겼고, 채식 2일 차에는 내 생일 케이크를 내가 먹지 않는 상황이 생겼다. 오늘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생일 케이크를 먹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게 무슨 케이크야!" 하고 말할 수도 있겠다. 두유, 고구마를 갈아 위에 딸기잼과 딸리를 올린, 단면이 예쁜 그것은 내 눈에는 제대로 된 케이크였다.


채식은 두, 세 달 전부터 내 마음 한켠을 자리하고 있었다. 그저 '해야지'라는 마음만 먹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것은 어릴 적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약자들을 위한 시위에 참가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했으며 사람들에게 그런 지식들을 배웠었다. 20살이 되어 대학을 가면서부터 나는 그런 것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며 시끄럽다고 생각했고, 고향에서 집회를 할 때면 그저 어머니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그랬던 나에게 기후정의행진은 지구와 지구 안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했고 20대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행동하기로 했다.


윤지로의 '탄소로운 식탁'은 나의 채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탄소가 배출되는지 등등의 얘기를 한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나의 채식은 여전히 나 외의 바깥사람들에게서 달가운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인가. 채식을 하고, 텀블러를 쓰고, 가죽제품을 사지 않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로 했다. 의지와 결정은 나의 본질에서 시작된다. 채식이 몸에 건강하다고 해서 시작하는 사람도,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하는 사람도 나처럼 기후와 환경을 위해 시작하는 사람도 그 어떤 이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건으로서의 삶은 이전과는 많이 바뀔 것이다. 유제품과 달걀이 들어 있지 않은 지, 고기 육수를 쓰지 않는지 계속 확인하고 성분표를 눈이 빠지게 보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비건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재밌고 즐거우면서도 지구와 인간을 위하는 그런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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