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을 바른 소녀
*주의* 성적인 묘사에 대한 민감한 언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지만 마치고 맥주 한잔 할래요? 하고 물어온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올려다보는지 눈을 내리까는지 모르겠는 시선을 바라보며
그럼 마칠때까지 기다려줘요
하고 대답한다 취기가 오른 건 아니다 사실은 취했는지도 모른다 이상황이 너무 생소해서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박하고 있는 걸수도 있다 살짝 풍기는 하수구 냄새와 온기,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어지럽혀진 방과 바닥에 밟히는 고양이 모레가 현실을 깨워준다 생각보다, 어떤 생각을 했기에
글을 쓰고 싶어하던 대학 시절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연애와 남성이라는 것에 온통 신경을 쓰는 혈기왕성한 시기 였고, 나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느 카페는 나와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언제나 밤이 되면 그곳에서 버니니 같은 것을 마시면서 놀았다. 그곳엔 일부러 뽑았겠지만 잘생긴 직원들이 많았고 우리는 항상 장난스레 '잘생긴 오빠들'이라면서 관심을 표했다. 그때의 나는 첫사랑을 거하게 실패했다. 그에게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기도 하는 일들을 벌이고 다녔다. 술을 마시면 나의 집에 가자는 남자들을 말리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남자들을 꼬드겨 섹스를 했다.
나는 어느때처럼 거울을 들고 스스로를 바라봤다. 그 전날에도 술을 마셨고 남자와 잤다. 어질러진 방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의 모습은 꼭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여자 같았다. 이런 일들이 평범하다고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제도 모르는 남자와 잤다.' 는 메세지에 한탄하는 첫사랑이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원할 때 마다 일종의 만족감과 죄책감이 들었다. 사실은 그와도 술을 마시고 잔 남자 중 한 명이었다. 그저 처음이라는 것이 다랐고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의 여자친구라는 사람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우리의 관계가 나는 참 좋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은 어린시절부터 부재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관심을 충족받으려 하는, 애정을 갈구하는 행위였다. 순간의 쾌락과 서로를 원한다는 감정 뒤에는 항상 후회와 비참함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첫사랑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어진 뒤에도 그런 식이었다. 처음 '걸레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뭐라 대꾸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병원에서도 처음 검사를 할 때 그런 것들을 체크하는 항목이 있었던 것 같다. 상담을 할 때도 그렇노라고 말하면 일종의 증상, 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엇이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이다.
이제는 남자들과 자지 않는다. 그저 비참함을 겪고 싶지 않았고, '너를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친구에게 듣고 난 이후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나는 포르노를 쓰고 싶었다. 아마 그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였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도 소설이라고 불릴 만한 걸 쓰지는 못했기에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