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유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by 온이로

*주의*

자살, 자해에 대한 민감한 언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나의 제이. 가장 아름다운 소녀에게. 너의 모든 걱정은 내가 가져갈 거야. 너는 안심하고 편안히 꿈꾸려무나. 밝은 빛으로 환한 곳에서 너의 모든 꿈을 이뤄내기를. 너의 눈물도, 아픔도 모두 내가 먹어버릴게. 너는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양 떼에 둘러 쌓여 뛰노는 꿈을 꾸려무나.


나는 수많은 유서를 썼다. 유서는 쓰일 때마다 단출해졌다. 구구절절 늘어놓던 말들이 점점 사라지고 남은 말들은 황폐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나의 사랑이 가 닿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죽음 그 이후라는 게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련이 남을까요.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울지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위로할 수도, 눈물을 닦아줄 수도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 꿈이 침대에 걸터앉은 당신이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당신은 그런 마음이었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고, 단지 내 꿈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전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를 짐처럼 이고 살아갈 미래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죽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고 생각한 때가 지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이다. 지금 죽어야 한다, 고 생각한 것은 요 근래에 많아졌습니다.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기대할 일보다 무서울 일들이 더 많은 것이라면 나는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느 사람들은 내게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그토록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죽는다고 해서 슬퍼하시는 일이야 어쩔 수 없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누구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한 번만 더 해보세요. 삶이 당신에게 나보다 더 다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살아있는 동안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과를 전합니다. 고맙고 미안해. 길게 쓸 말들이 많습니다. 핸드폰 메모장과 블로그, 노트 속에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내 고통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을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그곳에 다 있습니다. 안녕히. 안녕.


지나간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게. 깊은 고뇌로 스스로를 가두지 마라. 사념에 젖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라. 안녕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그런 생애를 보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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