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르

가족을 보내며

by 박태윤

나르야, 벌써 떠난지 5시간이 지났구나. 이제 어디쯤 갔으려나?우리 중에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너무 궁금해. 신나게 다른 친구들이랑 뛰어가고 있을텐데. 날씨는 어떤지. 풍경은 어떤지. 몸은 어떤지.


엄마는 나르가 떠나고 하염 없이 걱정하고 있어.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혹시 우리를 찾고 있진 않는지. 걱정되나봐. 형아는 사실 나르가 우리 남자들 중에 가장 섬세하고 씩씩한 걸 알아서 걱정하지 않아. 모두가 포기한 상황에서도 몇 번이나 기적적으로 버텨낸 나르니까. 항상 밤낮으로 엄마와 나은이 엄마와 온유를 제일 열심히 보살피는 나르니까. 산책할 때도 가장 용맹히 가족을 지키는 건 다름 아닌 나르니까. 첫째 둘째 형아들한테도 절대 지지 않던 나르니까.


나은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갓난 애기 때부터. 눈도 못 뜨던 시절부터.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낸 너와 5년을 함께 했는데. 너가 없으니 집이 허전해. 엄마랑 온유가 자러 들어가면 항상 형아 곁에 있었는데. 형아가 졸고 있으면 품으로 비집고 들어와 따뜻하게 해줬는데. 엄마가 외출하면 형아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와서 보니 생각보다 존재감이 컸네.



그래서 아마 오랫동안 집이 썰렁할꺼야. 너의 빈자리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겠지. 그 빈자리가 이렇게 공허하고 쓸쓸할줄이야. 곤히 눈 감은 너의 모습이 가슴 속에 사묻혀 오래도록 남겠구나. 편히 잠들면 우리에겐 바랄 게 없겠구나. 부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누리고 살면 좋겠구나.


온유도 분명 "멍머멍머" 나르를 찾을텐데 뭐라고 설명할지 걱정이야. 온유한테 누가 나르야? 하면 어! 하며 손으로 가르키는 걸 보면 온유도 나르를 기억하고 그리워할텐데. 이불 속에 나르가 있는 줄 알고 들췄는데 없으면 어?어? 할텐데. 나르는 우리 5명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될꺼야. 몸은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항상 곁에 있을테니. 우리는 사실상 늘 함께하는 셈이지.


이제 무지개 다리는 다 건넜으려나. 1등으로 달려서 푸르른 잔디에 제일 먼저 도착했으려나. 우리 가족을 위해 가장 먼저 가서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아놓으려고 일찍 출발한거니? 딱 함께했던 것만큼만 더 있다가 가도 늦지 않을텐데. 하필 형아의 급한 성격을 닮아버렸구나. 형아가 사람 중엔 제일 먼저 갈테니 훗날 나르가 기다리는 집으로 찾아갈 나은이 엄마와 토르 아빠와 함께 기다려주렴. 세 강아지 가족이 햇살 가득한 마당있는 집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날을 기대할께. 강아지 동산으로 꼭 데리러 갈테네 다같이 엄마와 온유를 맞이하자.



물론 언제든 심심하면 다른 존재로 우리 곁에 오렴. 나르가 올 수 있게 항상 창문을 열어놓을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와도 좋고 새가 되어 나타나도 환영이야. 향기로운 꽃으로 만나도 좋고 흐르는 강물로 만나도 좋아. 이젠 작은 벌레도 함부로 죽이지 못할꺼야. 혹시 나르가 우리를 찾아온 건지도 모르자나.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됐다면 우리가 매일 바라볼테니 한번씩 반짝여줘. 나은이와 토르의 빛나는 눈을 쏙 빼 닮은 나르 행성이라고 온유한테 말해줄께. 거기서도 밝은 빛으로 온유를 늘 지켜줘.


아직도 한참 뛰어가고 있다면. 조금은 쉬어가도 되. 인간의 시간으론 짧은 세월이었지만 너에겐 제법 긴 세월이였을테니. 항상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너에겐 굉장한 여정이였을테니. 충분히 잘 해줬고 그것보다 더 잘 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야. 우리에게로 와줘서 정말 반가웠고 우리 모두에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가장 적당한 날에 가장 적당한 너로 함께할 수 있었으니. 행여나 가족들에게 못 전한 말이 있다면 걱정하지마. 나르가 형아 꿈에 나와서 말해줬다고 전해줄께. 이 가정에서 태어나 정말 행복했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가족과 함께해서 정말 포근했다고. 서로서로 매일 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정말 편안했다고.


나르야. 우리 가족 6명.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할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께. 사랑스런 아기 강아지 나르가 우리와 함께 했다는 사실은 절대 변치 않아. 그러니 한시라도 외로워 말고 부디 평온하길 바라. 항상 간절히 기도할께. 그리고 조금 걸리겠지만 끝까지 기다려줘. 우리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꼭 찾아갈께. 늘 그랬던 것처럼 달려와서 안겨줘. 푸르른 잔디 밭에서 마음껏 뛰어놀자. 우리 가족 모두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안녕.



2021. 6. 30 - 2026. 3. 23

나은 토르의 사랑스런 아들이자. 태르 단비의 듬직한 애견이자. 온유의 영원한 수호자. 나르. 가장 찬란한 순간에 우리에게로 와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우리 곁에서 잠들다.


작가의 이전글2026 3월 fomc, 3.75bp로 금리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