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왕과 변화왕

by 박태윤


<이사왕>


오랜만에 이사를 왔다. 사실 오랜만이라는 말은 물리적으로 2년이란 시간이 경과해서 그렇지 나는 성인이 된 후 2년마다 이사를 다녔다. 계약 연장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셈이다. 소모적이라고 여겨지는 점도 있지만 내 성향상 종합해 보면 이점이 더 많다. 겉으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내겐 효율적인 게 이사인 셈이다.


이사는 분위기를 바꿔준다. 마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나는 금세 싫증 나고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편인데 이러한 침체 혹은 안주함으로부터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일상으로부터 변화를 주는 것이다. 흐름을 바꾸는 적절한 자극이 있을 때 엉뚱한 낭비나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게 만들어 오히려 더 생산적일 수 있었다.


친숙하다면 친숙하고 지겹다면 지겨울 수 있는 동네를 떠나 다소 낯선 동네에 진입하면 모든 게 새롭다. 움직여야 하는 방향이 다르고 이동 시간이 다르고 눈에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누구나 직장에서부터 집 안까지 특별한 인지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어느새 도착할 수 있을텐데 이사를 하면 소위 문학에서 말하는 공간감적, 시각적, 후각적 분위기 등 많은 게 달라져서 아주 섬세한 것까지 알아차리게 만든다. 안 쓰던 감각들을 활용하다보면 웬지 모르게 설렌다. 아주 오랜만에 한 때 즐겨 듣던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변화왕>


이러한 변화는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사를 할 때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10대 시절이나 20대 땐 "내가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하며 살 수 있을까? 결혼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하곤 했다. 원하는 집으로 이사하고 나니 "그래도 내가 나름대로 잘 살아남았구나. 훗날 어떻게 될지 고민했는데 그때의 걱정과 다르게 제법 잘 이뤄냈구나." 등의 생각이 드니 과한 걱정은 백해무익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어질러진 집에 있다 보면 휑한 기분도 들지만 도리어 회상도 하게 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번 목표를 수립하게 해준다. 늘 익숙한 곳에만 머물렀다면 "새 출발'이라고 할법한 표현이 무미건조할 테다.


실제로 이사를 한 후에 동네 둘러볼 겸 딸과 산책도 더 자주 하게 되고 주변 편의 시설도 활용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됐다. 굳이 이사를 하지 않았어도 다 가능했던 것들인데 적절한 계기가 된 셈이다. 오래된 물건들도 정리하고 큰돈을 움직여야 하니 돈의 흐름도 정비하고 새로운 곳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까지 점검하는 기회이다. 소파에 앉아서 거실을 둘러보거나 창문 밖 달라진 풍경을 바라보면 감회가 새롭다. 큰 목표를 하나 이룬 것만 같다고 할까. 거창하게는 대형 평수로 이사했고 소소하게는 거실을 서재화 시키며 아담한 나무 책상과 의자, 그리고 글을 쓸 노트북을 샀다. 아침마다 신문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30대 중반의 삶부터는 내가 가장 설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 전의 삶도 다소 그러했지만 이젠 전날 완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 철저하게 구분하며 살아갈 계획이다. 나는 글 쓰는 게 좋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때 설렌다. 그래서 지금도 글을 쓰며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 다만 좋아서만 쓰는 글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그래서 블로그엔 경제에 대한 글을 올리고 경제클럽에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경제 관련 글은 하나 적는데 아주 오래 걸리지만 많은 공부가 되고 매주 함께 나눌 경제클럽이 있어서 좋은 동기가 된다. 지난번 글에선 일평균 방문자가 두 자릿수가 되어 기쁘다고 했는데 어느덧 세 자릿수가 됐다. 다음번 글엔 네 자릿수가 됐다고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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