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405개월+강아지 가족들
우리 집 아가들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어쩌다 아기와 강아지 3마리를 키우고 있는지,
애개육아는 어떤지와 나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적어본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가니 놓치는 게 많고 아쉽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우리 집에는 엄마-아빠-딸로 구성된 사람 가족과 엄마-아빠-아들로 구성된 닥스훈트 가족이 살고 있다. 그래서 한 지붕 두 가족이다.
두 가족의 우당탕탕 성장일기이다.
#1. 나은이(10살/여자/중장모 레드 닥스훈트)
아래 사진은 나와 나은이가 처음 만난 날이다. 10년 전이니 나는 젊었고, 나은이는 어렸다. 사진으로 봐도 아기 티가 난다. 저 시절 남편의 이상형이 '손나은'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닥스훈트는 아기 때는 주둥이가 뭉툭하고 동글한데 크면서 길어진다. 저 눈빛은 나은이의 아들인 나르와 닮았다. 사람도 자식을 낳으면 부모와 닮은 점이 보이는데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3마리나 키워보니 강아지도 사람처럼 성격이 있다. 나은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고, 호기심도 많고, 겁이 없고,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똑똑하다. 아들인 나르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집에 오는 손님에게 배를 까뒤집고 만져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계단 없이 식탁 위까지 점프도 가능한 운동신경을 가졌다. 가끔 날아다니는 모기도 잡으려 하는데 날 수 있었으면 이미 다 잡았을 거 같다. 배변패드를 코로 훑어 접어놓기도 하고 작은 틈을 이용해 기가 막히게 문을 열기도 한다.
나은이는 남편이 혼자 살던 시절부터 우리가 연애하고 아기를 낳아 키우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나은이가 5살이 될 무렵 토르를 데려왔는데 그전까지 우리는 전국을 함께 여행했다. 나은이는 잘 짖지 않아 어디든 잘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짖는데 머리가 좋은 덕분이다. 함께 산과 바다를 다니던 순간이 선명하다. 오소리 사냥개 출신답게 적지 않은 사고도 치지만 그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남편과 연애시절 투닥거리고 나면 친구한테 하소연하듯 나은이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 적도 많다. 그럴 때면 나은이는 그저 맑은 눈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따뜻한 등을 내 몸에 붙이며 위로해 주는 듯했다. 나은이는 슬퍼 보이면서도 깊은 눈빛을 가졌다. 그 까만 눈동자 속 너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순 없지만 가만히 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끔 나은이를 애견호텔에 맡기면 꼭 자기가 반장처럼 행동하여 잘 못 어울리는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같이 놀아준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정말이지 착하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강아지이다. 누구든 나은이를 만나고 나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지금도 나은이는 우리 딸을 잘 돌봐준다. 남편에게 했던 것처럼, 나에게 했던 것처럼 가만히 곁을 내어준다. 나은이만의 방식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벌써 10년이란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나의 소원은 나의 강아지 아기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가 잠들듯 편안하게 강아지별로 가는 것이다. 강아지 아기들과의 이별을 떠올리면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잘 누리며 살아가야겠다. 더 기록으로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