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역 다리에서
그와 함께 걸었던 새벽녘 강변역 다리,
한강을 사이에 두고 우린 강북과 강남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강북에 사는 나와, 강남에 사는 너.
강 하나의 크기 만큼, 살아온 세월도 달랐지.
우린 같은 숫자의 나이에서, 다르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하나씩 짚었지
유난히 외향적이었던 너,
그리고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
나는 너를 동경했고, 너는 나를 궁금해했지
그 곳엔 그때 나눴던 우리의 대화,
대화에서 오는 설렘과 사랑이 그 강변역 다리에는 녹아있었지
너를 만나기 몇달 전,
전 연인들과 갔던 장소에는 절대 다시 가지 않는다는 한 친구의 말을
코웃음으로 받아들였던 나는
이제 그 의미를 이해해
그 장소는 큰 보름달과 함께 너와 나만이 걸었던
그 날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아직도 널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