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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되살리다

by 김삶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쓴다.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조금은 내가 가벼워졌을까. 비워내야 한다. 게워내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연휴 동안 잠만 잤다. 캐나다에 갔다와서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 가까운 곳인데도 여독이 쌓였나보다. 허리가 아플만큼 잤기에 이제 괜찮다. 속세와 거리를 둬야 할 시점이다. 누워서 정치와 축구 유튜브만 봤다. 스스로 한심하다. 일상의 루틴을 회복해야 한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아침일기를 건너뛰었다. 스타벅스에 오지 못했다. 탄탄하다고 여겼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이처럼 한번이라도 쉬면 일상은 흔들린다. 나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기 위해 다짐을 거듭한다. 긱스의 <Champ> 가사를 되뇌었다. “어제는 소중했던 그대 마음 속의 자신이 단숨에 내팽개쳐지나요. 그리 쉽게 질 순 없어요.”


주말축구를 좀 쉬어야겠다. 접질렸다. 이 상태로 계속 뛰는 건 무리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겁다. 뒤풀이까지 갔지만 유쾌하지 못했다. 당분간 축구를 쉰다. 몸무게부터 줄여야 하는데. 아직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나를 성찰하자. 기록하자. 기록만이 살 길이다. ‘접지르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접질리다’로 연결된다. 규범 표기는 ‘접질리다’가 맞다. 본래 뜻은 “심한 충격으로 지나치게 접혀서 삔 지경에 이르다”로 나온다. 두 번째 의미는 비유적으로 “기가 꺾이다”다. 나는 오른발을 접질렸다. 기도 꺾였다. 무엇으로 대응할 것인가. 미끄러진 김에 쉬어간다. 그동안 발바닥이 좋지 않았다. 특히 오른 발바닥이. 오른발을 접질린 김에 쉬어가겠다. 당분간 축구를 나가지 않겠다. 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진지하고 현실성있는 태도로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 원고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나의 아침을 되살린다. 어둠을 뚫고 나온 빛을 주시한다. 나와 세상의 허위를 비추는 빛과 같은 존재로 살 것이다. 달이 갈 길을 밝히고 있다. 걸어갈 일만 남았다. (촬영: 김삶)

일상혁명의 정신을 되새긴다. 아침에 스타벅스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 하던 루틴인데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었다. 겨우 마음을 잡고 문 밖을 나섰다. 오른발이 좋지 않아 절뚝거렸다. 걸어가려 시도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차를 몰고 왔다. 오른발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는 걷거나 자전거 타는 활동 위주로 삶을 재편할 계획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축구를 나갈 일은 아니다. 즐기는 수준에서 할 수 있다면 좋다. 지금은 그 선을 넘었다. 내 삶에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새로워질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틈날 때마다 단식을 하고. 따뜻한 물과 차를 많이 마시고. 일정한 삶의 루틴을 유지하고.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 565일이 지났고 530일이 남았다. 총합은 1095일이다. 하루키가 <먼 북소리>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다시 한 번 태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술이나 마시고 모임에나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잃어버릴지 모른다. 저잣거리의 휘발성 소식에만 귀를 기울이다가는 미국생활에서 꿈꾸던 나를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치고 나가야 할 시점이다. 환경을 탓하거나 주변을 핑계삼는 우둔한 짓은 더 이상 하지 말자. 아침을 되살리자. 늦지 않았다. 할 수 있다. 해낼 것이다. 김삶의 정신을 꾸준히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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