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을 안고 쓴다. 눈을 뜬 시각은 5시가 좀 넘었을 때지만 일어난 시간은 6시가 지나서다. 다시 한번 루틴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침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주말은 아들의 생일이었다. 꾸역꾸역 이틀 연속 놀이공원을 갔다. 하루는 놀이기구를 탔고 하루는 워터파크에서 시간을 보냈다. 겉치레는 했다. 아이들이 적응을 잘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다. 나보다 낫다. 이제는 내 차례다. 본격적으로 책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가슴에 작은 돌덩이 하나를 안고 있는 느낌이다.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용해될 것이다. 희망이 있다.
책 제목을 정했다. <벌레의 눈으로 본 실리콘밸리>다. 어제는 하루종일 부제를 생각했다. 부제에는 책의 일관된 메시지를 담는다. 부제는 ‘안주하지 않는 혁신가의 길 위에서’로 잡았다. 정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기업을 통해서, 제품을 만들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겠다. 그 목소리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쓰겠다. 1부는 ‘걸어서 실리콘밸리 속으로’다. 실리콘밸리라는 무형의 공간을 물리적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서 쓰겠다. 마흔을 맞이하면서 ‘정신적 탈바꿈’을 준비한 하루키의 <먼 북소리> 이야기도 담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쓴다. 박경리의 <토지> 서문도 가져올 생각이다. 표지판 ‘No stopping Anytime’도 이야기로 풀어서 쓰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하자. 1부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상징하는 미국에 압도되어 위축되었던 자아에 대해 쓸 것이다. 그것을 시작점으로 놓고 극복하고 돌파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2부와 3부에서는 간판쟁이와 문장수집가에 대해 쓴다. 기업가를 우러러보는 입장이 아니라 1인분 인생을 사는 개체로서 혁신가의 흔적을 살필 것이다.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가치를 나의 삶에 가져올 것이다. 잡스가 제품이라면 나는 문장이다. 강박적으로 좋은 문장에 끌린다. 잡스가 디자인에 집착했다면 나는 글이 주는 단아함에 천착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겠다. 아마존이 왜 고객에 집중했는지, 세상에서 가장 고객 친화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는지 말하겠다. 포틀랜드의 나이키도 있다. 시애틀의 스타벅스도 있다. 사우스웨스트도 있다. 샌버나디노의 맥도날드도 있다. 문장으로 수집할 대상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 제프 베이조스의 전기, 레이 크록의 전기, 필 나이트의 전기, 하워드 슐츠의 전기가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이야기도 덧붙일 수 있겠다.
이번 책도 경험에 기반해서 쓴다. 지난 해 여름휴가를 포틀랜드와 시애틀로 갔다. 나이키와 스타벅스를 갔다. 아마존도 갔다. 스타벅스 이야기에는 피츠커피를 곁들일 수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머니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할 얘기가 많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에 꽂혀서 세상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꿈을 품은 사람들이다. 실리콘밸리 책으로 한국사회에 큰 임팩트를 주겠다는 포부를 품는다. 글쓰는 이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