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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을 시도할 시점

by 김삶
파격을 시도할 시점이다. 일상에서 틈새를 찾는다. 길을 걷다 봄을 느낀다. 들꽃을 꺾었다. 들고 있던 컵에 꽂았다. 봄이 와야 봄이 온 게 아니다. 봄을 끌어오다. (촬영: 김삶)

오랜만에 회사에서 일기를 쓴다. 노동절 연휴로 스타벅스가 7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했다. 일어난 시각은 6시 반이다. 루틴에서 파격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었다. 이를 닦았다. 아들이 내 방으로 왔다. 장난치다가 냉장고에 있는 커피를 데워 마셨다. 7시 40분에 시작하는 전화외국어 수업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사무실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하고 씻었다.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수업을 했다. 오랜만에 아침에 사무실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엄마와 누나가 오기 전에 썼던 일기에 이어쓴다. 10페이지를 채우지 못했지만 지금 씽크패드에 있는 일기는 80페이지를 향해가고 있다. 가족여행을 계기로 나는 전기를 만들었다. 바로 한국에 출장을 가는 기회도 있었다. 여름 휴가로는 캐나다를 다녀왔다. 9월에는 영국에 가야한다. 마음이 무거운 가운데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어렵지만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다.


나에게는 위대함이 있다. 내게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 가봐야 아는 것이다. 끝나봐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패닉의 ‘달팽이’를 들었다. 힘들 때 듣는 노래가 있다. 내가 힘을 내는 방식이 있다. 나는 팀 페리스가 말한 타이탄일지 모른다. 내 삶의 혁신가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충만하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해진다. 발바닥이 좋지 않지만 축구를 쉬면서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주는 노동절 연휴로 3일동안 쉰다. 이 시기를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 도약대로 삼겠다. 지금까지 답답했던 마음을 뚫고나갈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벌레의 눈으로 본 실리콘밸리>의 기획안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이 기획안에 따라 집필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3주 후면 나는 아일랜드와 잉글랜드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있을 것이다. 흔들렸던 이유는 3~4개월에 대한 중기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하반기에 도약할 발판과 비전을 마련하겠다. 다시 의지를 품는다. 중기계획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겠다. 내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겠다. 나침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둠에 휩싸여 있더라도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이정표는 세우겠다. 무한한 도전이다. 영속적인 인생이다. 끊임없는 도전을 바탕으로 인생을 개척하겠다. 길을 내겠다는 뜻이다. 필 나이트의 오리건 정신을 생각하자.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더라도 상관하지 말자. 내 뜻에 따라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뜻에 따라 살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자기 자신으로 남았다.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었다. 칼럼은 나룻배를 타고 바닷가를 오가는 행위다. 단행본을 쓰는 것은 자신의 배를 가지고 커다란 바다로 나가는 작업이다. 어쩌면 나는 바다로 나가야만 하는 나의 출항을 앞두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9월 연휴를 계기로 나의 방향을 잡겠다. 내가 가는 지향점을 정해놓고 맞춰서 하루하루 작업을 진행하겠다. 소설과 에세이를 병행했던 하루키처럼 일과 책잡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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