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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볍게

by 김삶
어둠을 맞는다. 빛을 찾는다. 밤이 지나간다. 아침이 올 것이다. 겨울이 끝나간다. 봄이 올 것이다. 부담은 내려놓는다. 마음만은 가볍게 할 것이다. 몸도 그렇다. (촬영: 김삶)

다시 시작점에 선다. 무거운 마음을 덜기로 했다. 새벽에 <죽음에 대한 명상> 영상을 계속 들으면서 잠에 빠졌다. 결국 6시 반쯤 일어나서 나올 준비를 했다. 나를 둘러싼 많은 환경과 방향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명상에서 본 것처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그렇게 가볍게 가는 것이다. 너무 무거운 부담은 나를 힘들게 한다. 가볍게 가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자. 책도 그렇다. 너무 무겁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꾸 비장해진다. 가볍게 가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문장수집가>는 어떨까. 자신있는 부분을 끄집어내서 전면에 내세워도 된다. <벌레의 눈으로 본 혁신>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둘러가도 좋다. 미주한국일보에 싣는 글을 초고로 활용하겠다는 첫마음을 이어가는 것이다. 일단 가볍게. 나 자신이 평정심을 유지할 만큼.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긍정하기로 하자. 적어도 받아들이기로 하자. 벗어날 수 없다면 인정하는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볼까 생각도 하지만 세속에서 나를 깨울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혁명이고 혁신이다. 순간순간 나를 깨운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가자. 충분하다. 더할 나위 없다. 잘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루고 쌓은 것을 생각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나를 인식하자. 나는 독보적으로 쓴다. 압도적일지는 몰라도 독보적으로 쓴다. 적어도 사내에서는 그렇다. 이제 나는 바다로 나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부담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도 독보적으로 헤엄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독보적이 될까.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게 독보적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의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봐야겠다. 실리콘밸리의 문장수집가로서 위대한 기업가의 문장을 가슴에 품고 문장이 나와 관계하는 방식을 따라가보려 한다. 지금 생각나는 문장은 “기질은 위기에 형성된다”다. 기질은 풍요로울 때 형성되는 게 아니라 결핍된 순간에 만들어진다. 기질은 호시절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질은 어려운 때에 다듬어진다. 나는 지금을 어려운 시절로 규정한다. 변화를 일구어내려는 순간의 총합으로 생각한다. 내가 기질을 만들고 있는 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기질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일기를 쓰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강력한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말이다. 기질을 형성하기 위해 역사로 남은 사람들의 말을 품고 살아야겠다. 그 말이 지금 내가 점유하고 있는 시공간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고 발현되는지 살펴야겠다.


나는 다시 쓰는 사람의 자세를 생각한다.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갖는 의미를 놓 않으려 한다.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드는 가치를 떠올리려 한다. 아침일기에 아무말이나 털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문장을 만들어간다. 말로 된 언어가 아니라 글로 남는 문장을 써내려간다. 나는 미국생활을 마칠 때 만으로 40이 된다. 마흔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때다. 2024년 1월이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추구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내 기질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마음만은 가볍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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