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를 마주한다. 어제 훑어본 책은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였다. 유심히 살펴보려 한다. 책의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백지를 앞에 두고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아침마다 고요 속에서 나를 대면해야겠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5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스타벅스에 도착한 시간은 6시 직전이다. 5시 반 기상, 6시 스타벅스 도착이 루틴이 되고 있다. 나쁘지 않다. 1시간은 일기를 쓰면서 나를 대면할 생각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소로의 일기>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꾸준하게 뭔가 써나간다는 사실이 내게 안정감을 준다. 평온함을 준다. 꾸준하게, 일관되게 써나가자.
어제는 미주한국일보에 실릴 칼럼을 마무리했다. 제목은 <전념의 반문화>다. 즉흥적으로 시작한 글처럼 보이지만 전념에 대한 갈증이 내 안에 있었다. 독서통신 책으로 <전념>을 고를 때 신중하게 살폈다. 말이 되는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미주한국일보 기고를 시작하고 나서 10편이 넘는 글을 썼다. 8월에 재탕한 2편을 빼더라도 말이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쓴 게 꽤 쌓였다. 4만자 정도가 된다. 내년에 6만자를 쓴다고 하면 10만자 정도의 원고를 확보할 수 있다. 절망감에 빠질 정도로 삶을 해치면서 쓸 것은 아니다. 직업인으로서 돈을 벌면서 하루하루 일정 분량을 써나가면 된다. 결국 나는 쓰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뭔가 써야지 마음이 정리되는 인간이다. 나의 아침루틴을 꾸준하게 지속해나가면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믿음을 갖자.
중간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누나가 그동안 쓴 글을 공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해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갔다. 계정은 만들어놨지만 그동안 올린 글은 다 지웠나보다.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대형출판사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그동안 썼던 글을 정리해 브런치북에 응모해야겠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까지 썼던 글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도약의 발판이 된다. 처음 실리콘밸리에 와서 썼던 글은 2021년 8월 한겨레 이코노미인사이트였다. 작년에는 한 편을 썼다. 오마이뉴스에 총기사건을 단편으로 올린 적도 있었지만 논외로 하자.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폭발적으로 치고 나간 셈이다. 미주한국일보에 11편을 썼다. 한겨레 이코노미인사이트와 KDI에 긴 글을 썼다. 헤럴드경제에 단편 칼럼 하나를 썼다. 산술적으로 생각해봐도 15편이 쌓였다. 중간정리할 정도는 된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이번 하반기에 도약을 꿈꿔야겠다.
막연한 과정을 잘게 쪼개서 받아들인다. 브런치북 마감기한은 10월 23일이다. 약 40일 정도가 남았다. 2주 전에 공지했지만 오늘 인지했다. 아무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쓴 원고가 많다. 중간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2300자 내외의 글은 짧지 않다. 브런치 정도에 적당한 분량일지도 모르겠다.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내 글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수단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