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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정체성

by 김삶

어제 평소보다 늦게 잤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스타벅스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아 집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브런치에 글을 하루 하나씩 올리고 있다. 미주한국일보에 실린 글을 하나씩 풀고 있다. 최근에 실린 연어의 꿈을 올린 후 순서대로 작업하고 있다. <여생의 첫날>과 <헝그리 정신의 재해석>을 올렸다. 반응이 오지 않더라도 쭉 밀고나갈 필요가 있다. 브런치북 마감이 한 달 후로 다가왔다. 10월 23일이다. 지금은 초석을 다질 시기다. 흔들리는 마음을 잘 조율하면서 하나씩 글을 쓰고 하나씩 글을 올리자.


주말은 신해철에 빠져서 지낸 시간이었다. 지난 금요일 <민물장어의 꿈>에 대한 해석을 발견했다. 자가해석을 직접 듣고 싶어서 유튜브를 통해 고스트스테이션 방송분을 찾았다. 해철의 마음을 되새긴다. 예술가의 자세를 흉내낸다. 내게는 예술가 정체성이 있다. 분명히 있다. 잘 가다듬어 나가면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내가 쓴 표현을 자가인용하겠다. 어제의 환희가 오늘의 원점이 되었다. 나는 어떤 서사로 세계에 대응할 것인가. 나만의 서사를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마음이 무겁다면 그만큼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은 여기저기 휩쓸리기 쉽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자. 기질은 어려울 때, 결핍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명심하자.


가을이 다가왔다.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면서 살자. 지금 조금 힘든 순간은 곧 지나갈 것이다. 곧 있으면 구성원도 바뀐다. 묵묵하게 나의 중심을 지키면서 살아가면 한결같은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만트라처럼 이 말을 반복한다. 얼추 10분쯤 시간이 남았고 나는 일기 한 페이지를 채우려 한다. 내 안에 얼어붙은 존재 프리즈(Freeze)를 생각한다. 프리즈는 곧 녹을 것이다. 녹아서 없어질 것이다. 시간의 문제다. 그 와중에 나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을 생각한다. 내가 관심을 쏟는 일에는 공통적으로 정신문화와 정신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나는 정신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실리콘밸리라는 유무형의 공간에 존재하는 이유로 결론내렸다.

내게는 예술가의 정체성이 있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매일 남기는 한 편의 글과 사진이 나의 예술성을 증명한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가 풍성한 삶을 살 것이다. (촬영: 김삶)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이 아시아 대륙을 걷는 것은 서양인으로서 동양에 진 빚을 갚는 행위로 규정했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들고 사회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나는 실리콘밸리 이면에 있는 정신문화를 뚫어보고 이를 한국에 전파하기 위해 지금, 여기 이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나의 존재이유와 존재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중심을 지키기로 한다. 한 달에 두 번씩 나의 시각을 확보해 현지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어차피 미국사회에서 한국계 이민자 집단을 상대하는 게 우리 사무실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나는 글로서 이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과 시각을 전파하겠다.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일지 모른다. 개척자의 마음을 품고 성큼성큼 걸어가겠다. 나는 지구의 해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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