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을 30분 남겨두고 쓴다. 씽크패드를 쓸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와서 위생지를 노트 삼아서 쓴다. 이 일기를 다시 타이핑해서 옮길 것이다. 배터리가 25% 정도 남은 씽크패드는 30분 이상 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카카오톡 PC버전을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가 그 때까지 계속 가기를 바란다.
10시간 30분 비행에서 스마트폰과 씽크패드 없이 잘 버텼다. Aer Lingus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잘 활용했다.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마땅한 곡을 찾을 수가 없어서 영화를 하나 봤다.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예스터데이>였다. 비틀즈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황홀했다. 비몽사몽한 와중에 노래가 들어왔다. 조금은 현실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볼 수 있어서 안심이었다. 얼마나 즐기기 어려웠던가. 내 마음상태가 그동안 그랬다. 마음상태란 영어로 State of mind던가. Nas의 N.Y. State of Mind 노래가 생각난다. 남은 시간과 다가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다짐한다. 그야말로 극대화할 것이다. 더블린 선언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했다. 3박 4일 아일랜드-영국 여행에서 자극을 받았다. 동기를 부여했다. 나 자신한테.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그래도 늦지 않게 탔다. 어리둥절해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없는 것을 알게 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갔다. 막판에 짐 검사도 살짝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앞사람한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12:35 비행기를 12:30이 다 되어 탔으니 말이다. 여유를 부리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이번 여행에 위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갔다. 첫날부터 더블린에서 비를 쫄딱 맞고 전화기가 망가졌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살리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더 안 좋아졌다. 새벽에 일어나 더블린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여행만 오면 현금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현금이 없어서 미리 카드 결제하고 표를 샀다.
더블린에서 노스햄튼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토요일 새벽 더블린 공항 1터미널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Ryan Air의 비자체크 시스템을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인지했다. South Korea를 증명하고 나서 탑승권을 받았다. 커피를 한 잔하러 내려갔는데 경찰도 있고 F**k을 남발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모로 어려웠다. 마음을 진정하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짐을 찾는 와중에 다른 누군가가 내 선반을 공유했다. 내 선반에 자기 짐을 올린 것이다. 황당했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는 그 모습에 더욱 당황했다. 그러려니 하고 내 여행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블린에서 런던 루튼으로 가는 라이언 에어였다. 예전에 라이언 에어를 잘못 탄 기억이 있어서 항상 조심스럽다. 그 때도 Larry와 Brian한테 다시 신세를 졌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와 관계가 유지되는 걸까. 나도 그들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겠지. 그렇고 말고.
런던 루튼공항에 내려서 스타벅스에 앉아 인터넷을 했다.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하나도 걸리지 않았고 11:20 버스를 타기까지 1시간 반 정도가 비었다. 나가서 걷고 싶어졌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구글 지도를 활용하지 못한다. 루튼 타운의 아스다(Asda)까지 편도로 30분 가까이 걸렸다. 무리해서 가면서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 결국 환전소를 찾아서 돈을 바꿨다. 100달러짜리 지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20달러와 5달러짜리 지폐를 챙겨왔다. 20달러짜리 지폐 5장을 내고 파운드를 확보했다. 환율과 Buy/Sell 표현이 헷갈려서 공항버스 터미널까지 오는 길에 계속 We buy/We sell과 환율 차이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노스햄튼 가는 버스를 탔다.
12:40에 도착했고 10분쯤 후에 Matt 아버지 Steve가 왔다. 포르셰의 Makan이라는 좋은 차를 타고 있었다. 사업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결혼식은 하루종일 진행됐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에어비앤비로 갔다. Nick이 태워줬다. 몇 시간 자지 못하고 새벽에 깼다. 일찍 나갈까 하다가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결국 8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다. 에어비앤비 주인이 친절했다. 카페라테를 한 잔 얻어 마시고 기운을 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인터넷을 켜고 구글지도를 보려 했는데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하릴없이 감에 의존해서 갔다.
버스 정류장에 15분쯤 일찍 도착했다. National Express 기사가 활달했다. 내 옷을 보더니 무슨 팀인지 확인했고 Dublin Bohemians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어디 가냐고 묻길래 Nottingham이라고 답했더니 Flixbus?라고 반문했다. 영국도 플릭스버스가 있구나. 직행이 있다는 뜻 같았다. 근처 NHS의 와이파이가 잡혀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1시간 30분 만에 가는 직항이 있었다. 게다가 가격이 8파운드인가 그랬다. 20파운드 차이가 났다. 내셔널 익스프레스는 Milton Keynes를 거쳐가야 해서 경유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4시간이 걸렸다. 아이코! 이럴 때 쓰는 말이 “모르는 게 약이다”겠지. 알게 됐으니 오기가 발동해서 만회하려 애썼다. 밀튼킨즈 주택가 Costa Coffee까지 걸었다. 편도로 30분쯤 걸렸다. 우선 여기까지 쓴다. 다시 San Francisc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