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니다

by 김삶

또 해냈구나. 주말에 급하게 써서 보낸 원고가 화요일에 실렸다. 내심 월요일을 생각했는데 다음날 실렸다. 잘 했다. 발빠르게 대응했다. 나의 예상이 맞았다. 시의성이 있는 뉴스를 한 주 당겨서 보냈다. 주말 내내 고민한 내용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 다시금 기질은 위기에 형성된다는 말을 되새긴다. 그렇다. 기질은 위기에 형성된다. 기질은 호시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는 현재를 어려운 시기로 규정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기질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인생의 정수일지도 모른다. 믿음과 낙관을 잃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서 헤쳐 나가야겠다.

별것 아니다. 알고 나면 별것 아니다. 몰라서 그렇다. 길게 보면 지금이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힘겨워도, 어려워도, 조금 더 가자. 터널에는 끝이 있다고 믿는다. (촬영: 김삶)

비가 내린다. 밖에서 전화외국어 수업을 하고 왔다. 다시 루틴을 회복하고 있다. 흔들리지만 웬만해서 아침시간은 놓치지 않고 싶다. 어제는 스타벅스에 오지 못했지만 오늘은 왔다. 비가 많이 내리길래 차를 타고 왔다. 글을 쓰면서 명상을 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작가는 글쓰는 행위를 ‘완전한 자유(complete freedom)’를 느끼는 것으로 정의했다. 어쩌면 나도 글을 쓰면서 나의 온전함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일기를 나의 의식으로 만들고 있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괜찮다.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장기하의 산문을 다시 펼쳤다. 알고 나면 다 별것 아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노래 <별거 아니라고>를 계속해서 들었다. 힘이 된다. 몰라서 그렇다.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욕구가 살아나고 있다. 의지를 회복하고 있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의 날씨를 보니 비바람이라고 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개의치 않는다. 꾸준함이 나를 살린다.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다. 좋았을 때를 생각하고 의지를 살린다. 가톨릭대 교수는 명상적 걷기라 표현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걷기 명상으로 순화했다. 다른 교수는 걷기를 행동적 항우울제라고 했다. 힘이 없어서 걷지 못하지만 걸으면서 힘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힘이 빠져서 글을 못 쓰겠다고 생각하지만 글을 쓰면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침 의식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꼭 챙기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꼭 그렇게 해야겠다.


미국 근무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아침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아침 일찍 여는 커피숍에 와서 일기를 쓰면서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닐지 모른다. 한국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아침형 인간으로서 나는 아침이 주는 환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내가 매일 쓰려고 하는 아침일기는 전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로 남을지 모른다. 지금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말이다. 장기하는 <별거 아니라고> 노래를 만들 때를 회상하면서 당시 ‘뭐든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일기에 반복적으로 썼다고 했다. 나는 미국에 와서 무슨 말을 썼나. 나는 할 수 있다고, 해낼 것이다고 썼다. 벌써 그렇다. 지난해 미주한국일보에 글을 생성했다. 올해는 내일신문에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현장감을 살려달라는 신문사의 요청에 3월 원고로 대답했다. 어렵지만 어려운 대로 뚫고 나가겠다. 이것이 나의 돌파구다. 터널에는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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