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8 아침일기] 상항 가는 길

포기하며 좌절할 것인가, 저항하며 방어할 것인가, 도전하며 비약할 것인가

by 김삶
아침 루틴이 어느 정도 확립되었다고 느낀다. 하반기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미국서 쓴 일기가 40만 자 정도 된다. 그 글을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오늘부터 해볼까.


“이상이 토지 제1부를 쓰던 3년 동안의 내 심경이며 그것을 적어본 것이다. 앞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 1973년 6월 3일 밤, 박경리


2021년 1월 28일 오전 7시 9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대한항공 KE025 비행기 32E번 좌석에서 쓴다. 인천을 이륙하기 직전, 기준시간을 미국 태평양 표준시로 바꿨다. 이국의 분초를 아껴쓰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전화기에 저장돼 있던 <진중권의 문화다방> 신해철 편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잠깐 눈을 붙이고 깬 시각은 오전 6시 40분. 현지시간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강한 열망을 품고 정신을 차린다. 칫솔을 꺼내 화장실로 갔다. 연기탐지기가 설치된 좁은 공간에서 양치질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사명감을 안고 간다. 개인의 성장, 가족의 행복, 국가에 대한 공헌, 세계시민으로서의 전지구적 기여까지... 나의 1분 1초가 가질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새로운 시도와 활기찬 모색이 계속된다면 나의 삶은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평온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맘껏 도전하고 싶다. 결과물을 만들어 오겠다. 세 번째 책이 될 것이다. 가제는 <혁신의 중심에서 혁명을 외치다>로 잡았다. 실리콘밸리의 기저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통시적으로 역사를 살피고 싶다. 문화적으로 공간을 분석하고 싶다. 터득골에서 얻은 힌트와 추천받은 조금주 씨의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조금 있으면 적도분기점을 지난다. 드넓은 바다의 드높은 하늘에서 쓰는 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본다. 씽크패드 X390은 배터리가 89% 남았다. 7시간 22분을 쓸 수 있으니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충분하다. 출사표를 던진 만큼 도착하는 순간부터 바로 현지화에 들어갈 것이다. 5년간의 이란 거주로 나는 타국생활의 어려움을 재빨리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길렀다고 자평한다. 미국은 내게 기회와 도전의 땅이 될 것이다. 나는 감히 나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의 정신과 문화를 체화해 한국에 전파하는 첨병으로 정의하겠다. 도시락을 숨기고 홍커우 공원으로 들어간 윤봉길 의사의 심정으로 미국 땅을 밟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벼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