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에는 끝이 있다

by 김삶

일상으로 돌아와 쓴다. 여기서 일상은 나의 무형적 상태를 말한다. 어느 정도 잠을 보충했던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어제는 새벽 2시부터 깨서 하루종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공항까지 운전해서 가는 길도 불안했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여겨야겠다. 작은 접객을 탈없이 마쳤다. 고등학교 선배여서 더욱 반가웠다. 렌터카 반납도 무리한 부탁이었으나 즐거운 마음으로 마쳤다. 스탠퍼드 옷과 모자를 사는 데는 50달러가 채 들지 않았으나 선배께서 내게 100달러를 줬다. 나머지를 용돈으로 생각하고 써야겠다.


한국 갈 날이 그야말로 내일 모레다. 10-20-30 작전을 짰는데 10일은 벌써 먼 과거가 됐다. 발표자료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오늘 본사 출근 전까지 마쳐야겠다. 내일은 외국어 수업을 취소하고 애들 학교 오픈하우스에 가야 한다.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애들로 잡았다. 아침 등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기자. 어제 아침도 출장단 맞이로 분주했으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줬다. 뿌듯했다. 내가 내 일을 주도적으로 챙기고 있다. 충분한 잠과 맑은 정신으로 나는 내가 마음먹은 일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선배한테 내 책을 드렸다.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다. 내 손을 떠났다.

운동장의 열을 식힌다. 지끈지끈한 머리를 식힌다. 올해 1분기,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도달하지 못했다. 머리를 식히며 반전을 모색한다. 터널에는 끝이 있다. (촬영: 김삶)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떴다. 아침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K리그를 봤다. 강원과 서울의 경기였다.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평일 저녁의 풍경에 마음이 설렜다. 다음주면 나도 강릉종합운동장에 있을 것이다. 강원과 수원의 경기를 볼 생각에 신난다. 유상훈의 인터뷰에 눈물이 맺혔다. 마음고생을 했을 그가 울먹였다. 나도 1분기까지 너무 안 풀렸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심정을 알기에 새벽에 인터뷰를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터널에는 끝이 있다. 어둠을 통과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확신이다.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온다. 그 날을 기다리며 인내하자.


사랑하는 후배와 메신저를 하느라 일기가 끊겼다. 빨리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야겠다.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전화외국어 수업을 걸어가면서 해도 무방하다. 이미 경험이 있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극대화하겠다. 악착같이 활용하겠다. 11시 반에 PCR 검사를 예약했다. 오늘부터는 출장준비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저녁에는 사무실 모임이 있다. 내일 저녁은 애들 학교에 가야 한다. 모레 저녁에는 산호세 미네타 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탄다. 3시간 정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인천행 대한항공을 탄다. 1년 4개월 만에 한국에 간다. 설렌다. 힘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새로운 비전을 담은 슬로건 초안이 나왔다. “세계시장을 넓힙니다. 기업의 가치를 높입니다. 우리 국민과 함께 갑니다.”로 정했다. 1안과 2안을 두고 고민했는데 협의를 거쳐서 2안으로 정했다. 비전으로 채택될 것이다. 나는 확신이 있다. 내게는 비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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