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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마음을 펴다

by 김삶
새벽커피 한 잔으로 나는 부활한다. 스타벅스든 맥도날드든 괘념치 않는다. 불교에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 했던가. 어디든 내가 주인 된다면 그곳이 진리의 무대다. (촬영: 김삶)

후배와 이야기하다가 한 자도 쓰지 못했다. 늦었지만 한 문단이라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들긴다. 구겨진 마음을 펴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않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 인사 담당자, HR로서 접점이 만들어진다. 그 접점이 쉽고 편하지만은 않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나의 의견을 표출하려고 한다. 그 부분을 연습하는 중이다. 상대가 몽니를 부리거나 억지로 딴죽을 걸더라도 내 방식으로 대응하겠다. 그게 김삶의 정신이다. 그게 김삶의 자세다. 그게 김삶의 태도다. 오랜만에 외국어 수업을 한다.


일주일 후에 이어서 쓴다. 며칠 동안 아침일기를 쓰지 못했다. 글을 안 쓴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마무리할 글이 일이 있어서 아침 시간을 활용했다. 새벽에 4시 반쯤 깨서 정신을 추스르고 슈퍼마켓 세이프웨이에 갔다. 인공눈물을 다시 찾고 빨간색 하리보를 샀다. 20달러를 캐시백으로 출금했다. 걸어서 사무실에 왔다. 맥도날드를 갈까 스타벅스를 갈까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내 방에 남았다. 루시드폴의 부활절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홍보 업무를 할 때 452번 버스를 타고 일부러 한 정거장을 지나 사무실로 걸어오던 기억이 난다. 그 새벽에 걸으며 들었던 루시드폴의 부활절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시 듣는다. 마음을 가라앉힌다. 조금 들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올 시점이다. 차분하게 업무를 정리하고 휴가 계획도 짜야 한다.


10분씩 시간을 쪼개서 일기를 쓴다. 한 단락씩 쓴다면 얼추 글을 한 편 완성할 수 있다. 글과 문장을 내 존재의 수준기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다. 어제 저녁은 왁자지껄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요한 아침에 모드를 다시 경건하게 바꾼다. 근무하며 만났던 상사들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란에서 함께 일한 선배는 저녁 술자리 이야기를 절대 다음날까지 갖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배울 점이 있는 태도다. 나도 일기에 종종 썼던 “Let bygones be bygones.”의 자세일 것이다. 조금 있으면 아침 외국어 수업이 시작될 테고 나는 있는 말과 없는 말을 모두 쏟아낼 생각이다. 고미숙 선생이 말한 양생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낭송이다. 아침 수업은 내 의식이 깨어나는 수단이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정신을 깨웠다. 빌 게이츠에 대해 이야기했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을 말했다.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에 최소 2번은 수업을 해야 한다. 배리(Barry)를 만나서 다행이다. 악착같이 의미있는 경로를 만들고 있다. 루틴을 반복하면서 내 존재를 강하게 만들고 싶다. 끈기있는 자세로 지난 축구연습 때는 세 골을 넣었다. 내 플레이에는 색깔이 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특색이 있다. 나는 나만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벌써 6월 15일이구나. 6월 중순이다. 6월의 절반이 지났다. 2주 동안 정중동의 자세로 상반기를 마무리하겠다. 미국에 온 지 1년 5개월이 된다. 느낌은 1년 반이다. 7월까지 지나면 그야말로 반환점을 도는 것이다. 작년 1월에 미국 땅을 밟았으니 올해 6월까지를 절반으로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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