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존재를 깨운다. 졸린 눈을 비비고 화장실에 다녀온 나는 블랙커피 한 잔을 다 마신 후에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욕심을 덜어야 한다. 지난 일요일 축구에서 깨진 아이스컵은 잊어버려야 한다.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무리하려다 보면 탈이 난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억지로 목적을 달성하려 애쓰면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자. 필요하면 하나를 사도 좋을 테다. 아니면 깬 사람이 사줄지도 모른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악착같은 노력은 좋지만 그게 금도를 넘을 수 있으므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늘도 욕심을 더는 연습을 한다.
어제는 수업도 못하고 일기도 못 쓰고 아침시간을 흘려보냈다. 인트라넷에 들어가서 메일을 하나 확인했다. 그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흥분했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받지 않았다. 받았다면 사달이 났을지도 모른다. 선을 넘었을 때 내게 돌아올 화에 대해서 항상 숙고하자. 다행히 후배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바로 통화하자고 했다. 나는 후배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해외시장뉴스는 좀 힘을 빼야겠다. 다행히 다른 매체가 있으므로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제공받는 기회에 대해서는 밥값을 하고 싶다. 다만 내 모든 걸 쏟으려는 노력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할 때 나는 낙담한다. 며칠 동안 내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계속 나의 의견을 주장해봤자 결국 시간 낭비다. 힘을 쏟아야 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춰 나가자.
어제는 벌링게임에 가서 스타트업의 담당자를 만났다. 업무로 만났지만 관심사가 비슷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었다. 직원 차인 테슬라를 타고 갔다. 자율주행 기능을 써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꽤 먼 거리를 웃고 떠들면서 다녀왔다. 접점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원 5명이 먹는 점심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살도 붙어서 다이어트도 할 겸 당분간 점심을 빠지겠다고 말했다. 과달루페 강을 따라서 걸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스트라이다를 끌고 버거킹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스트라이다를 타고 빨리 가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자전거를 끌고 걸어 돌아올 수도 있다. 새로운 방식과 루틴을 만들어 나가겠다.
커다란 부담이었던 ESG 강의를 마무리했다. 2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소화했다. 무대가 펼쳐졌을 때, 판이 깔렸을 때 치고 나가야 한다. 나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나는 무대가 필요한 사람이다. 판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지속적으로 나만의 무대를 만들겠다. 내가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이 나의 무대이자 판이다. 산술적으로 미국생활 1년 반이 되어간다. 나는 미주한국일보를 통해서 내 무대를 만들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번 기고는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칼럼으로 쓰겠다. 제목은 <빌 게이츠와 개발도달국>으로 떠올렸다. 아쉬움을 이야기로 풀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