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열사'의 역설

'어쩌다 대통령'은 어쩌다 나락으로 떨어졌는가?

by 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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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통령'의 추억, 맥베스의 교훈과 '조국' 현상.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쓴 칼럼 제목이다. 첫 번째는 취임 초기 ‘어쩌다 대통령'이 회자될 때 쓴 칼럼이고 두 번째는 총선 시기에 맥베스'를 불러와 쓴 글이다. 미국의 어쩌다 대통령인 워렌 하딩한국의 어쩌다 대통령인 윤석열, 어쩌면 이렇게 공통점이 비슷한지 놀라웠다. 이 둘을 비교하고 반면교사로 삼길 바랬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변고에 의해 퇴진하는 것마저 같아졌다. 이어서 셰익스피어의 명작 '맥베스'에 담긴 권력 장악과 몰락 이야기를 투영해보면서 총선에서의 ‘조국’ 현상을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예측은 빗나가지 않아서 오늘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본다.


역사는 때로 지독한 역설로 기록된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어쩌다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내란죄로 재구속된 그가 다시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까? 그의 정치적 몰락을 보며, 우리는 윤석열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남긴 기이한 '공적'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방식으로, 그는 스스로를 제물 삼아 한국 사회에 위대한 교훈을 남겼다. 그를 역설적으로 '열사'라 부르고 싶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다.


첫째, 느닷없이 계엄령을 내려 스스로 임기를 단축했다

그날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계엄령 선포. 그러나 그 결정은 곧 스스로의 임기를 단축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판단의 실패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자기희생(?)이었을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희생하는 길을 택했다. 역사의 무게 앞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물러난 이 지도자의 퇴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이들에게 ‘권력의 허상’을 직시하게 했다. 조국 전 대표가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쳤을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정말 미스테리하다.


둘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이재명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했다

검찰의 공세와 끊임없는 의혹 제기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던 이재명에게 대운을 안겨줬다. 이재명은 ‘계엄 사태’라는 거대한 서사 앞에서 모든 이슈를 잠재우고 구국의 리더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의 자기 파괴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정적에게 이토록 완벽한 반전의 무대를 깔아주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시기도 절묘했다 . 그는 정치적 라이벌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셈이다.


노자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유와 무는 서로 살게 해준다.(有無相生). 화(禍)중에 복(福)이 있고 복(福중에 화(禍)가 있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구절이다.


셋째, 검찰개혁의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오랜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지루한 논쟁과 지지부진한 개혁 시도는, 그로 인해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검찰 권력이 어떻게 비대해지고, 그 힘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전화위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규정할 가장 확실한 명분을 제공했다. 검찰개혁의 역사는 윤석열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어쩌다 대통령이 준 교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는 단지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준비되지 않은 리더가 국가를 이끌면 어떤 파국이 오는지를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인사 참사, 외교 실책, 민생 외면 등 무수한 실정은 결국 국민의 삶을 벼랑으로 몰았고, 정권의 기반은 스스로 붕괴되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역사적 교훈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더욱 분명히 남겼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실패는 또 하나의 유산이자 경고다.


이제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단지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교훈을 남긴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어쩌다 대통령은 어쩌다 이렇게 몰락하게 되었는가. 그의 퇴장은 실패의 기록이면서도, 변화의 씨앗이 되고, 결국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다시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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