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돌아왔다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바야흐로 마흔네 번째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꼴데'의 출발은 또 심상치 않군요.
개막 첫째 주 성적은 패패승패패.
2024년 같은 기간, 패패패패승..의 기록과 순서만 다를 뿐 똑같습니다.
참고로 작년 시즌 최종 순위는 리그 7위.
엊그제 TV중계 카메라에 잡힌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빨간 신호등이 들어왔다 말았다 합디다.
꼴데가 첫째 주 다섯 게임에서 뽑은 점수는 에누리 없이 딱 10점.
반면에 실점은 무려 32점.
평균 2점의 득점력으로 승리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겠죠.
혹자는 144경기 중에 이제 경우 5게임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겨우내 준비해 온 역량의 면면은 오히려 시즌 초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스토브리그 내내 1건의 트레이드와 외국인 투수 교체 외에는 별다른 외부 보강도 없고
오로지 기존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해야 하는 꼴데로서는 저으기 불안한 초반이에요.
일단 꼴데가 리그 5위 안에 들어 포스트 시즌에 나가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말이죠, 최소 160이닝 이상을 책임져 줄 선발투수가 3명은 있어야 됩니다.
기존 1선발인 찰리 반즈와 박세웅을 '상수'(常數)로 보면 새로 영입한 터커 데이비슨이 작년 시즌 196이닝을 던졌던 에런 윌커슨의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 밖의 선발투수 김진욱, 나균안의 분발을 기대하지만 아직은 불안해요.
FA 계약으로 잔류시킨 김원중이 중심이 될 불펜에서는 두산에서 넘어온 정철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어깨 이상으로 잔류군에 남은 최준용이 5월쯤 돌아온다고 해도 부상 이전의 구위를 되찾을지는 불확실하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 투입될 필승카드가 최소 2,3명은 더 나와줘야 됩니다. 당분간은 박진, 정현수, 박준우 등이 중용될 것 같긴 합니다만 세 선수 모두 경험이 일천한 신인 급이라 얼마나 버텨줄지는 미지수에요. 안 그래도 헐겁고 미덥잖은 불펜에 김상수, 구승민의 노쇠화는 여전히 불안 요소구요, 한현희가 올해는 제발 밥값을 해주길 바라지만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뭐 그닥입니다.
타선은 투수력에 비해 그래도 긍정적이지 않나 싶어요. 작년 시즌처럼 '윤나고황'과 손호영이 OPS 0.8 이상 찍어주고 전준우, 정훈이 그때그때 구심점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유강남이 하위타순에서 2할 5푼만 쳐준다면 더 이상 욕을 안 하리라 마음먹긴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정(월대)보근의 방망이가 오히려 나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장두성의 컨택 능력이 겨우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서 황성빈과 더불어 쓰임새가 많아지리라 예상되고 밸런스가 좋아진 나승엽이 좀 더 적극적으로 타석에 선다면 홈런 20개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쳐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문제는 작년 시즌 20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KBO역사를 새로 쓴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슨데요, 약점이 노출되고 견제가 집중될 2년 차 시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헤쳐나갈지 걱정입니다. 이미 외야 수비에 약점을 드러냈고 장타력도 부족한 마당에 타격의 꾸준함마저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칫 계륵 신세로 전락할 여지도 있거든요.
사실 꼴데 전력 중에 가장 취약한 지점임에도 수년째 개선되지 않은 부분은 바로 수빕니다. 기본적인 위치 선정, 포구 범위, 수비수 간의 유기적인 연계 등에서 짜임새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작년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과 코칭 스텝들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는 있는데 아직까지 가시적인 변화가 체감되진 않아요.
3년 전 거액을 들여 유강남과 노진혁을 영입해서 팀 수비의 핵심인 센터라인을 보강하려던 야심 찬 계획도 결국은 수포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요컨대 수비가 허술하면 아무리 잘 던지고 잘 쳐도 상위 레벨의 순위로 올라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한태양, 이호준, 전민재 같은 젊은 선수들이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를 바래야죠.
마침 4월의 첫 상대는 '조류 동맹' 한화였는데요,
1차전은 꼴데의 6대2 승리로 끝났군요.
이로써 4월 3일 기준,
3승1무5패의 꼴데는 3승6패의 한화를 끌어내리고 당당히(!) 7위에 올라섰습니다.
정말이지 얘네들은 도대체 언제쯤 하위권을 벗어날까요..
아무튼 2017년 이래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꼴데의 기적 같은 분발을 촉구합니다.
객관적인 전력 상 리그 10팀 중 6,7위권이 아닐까 싶지만
스포츠에는 언제든 변수와 예외가 존재하니까요.
진짜 올해마저 바닥을 긴다면 술보다 먼저 야구를 끊을지도 모릅니다, 흑.
( 느그들말야, 응? 내가 말야, 응? 사십몇년을 말야, 응? ...아니다. 말을 말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