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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과망상사이 Dec 27. 2023

그대는 왜 그 따구로 살 것인가

한 손엔 소주병과 다른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말없이 티비 화면을 응시하고 있던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에 대한 통한 혹은 자괴가 연유일가. 아니면 세상을 향해 느낀 분노와 허무 때문일까. 도저히 긍정의 마음을 먹을 수 없는 나의 비루함이 안타깝다. 내 나이 스물아홉. 20대의 마지막 그늘 아래에 서서 생각한다. 내 나이 앞자릿수가 바뀐다 한들 또다시 슬플 것이고, 아쉬울 것이고, 후회할 것이고, 비명칠 것이고, 추락할 것이고, 체념할 것이다.


다시 내가 흘린 눈물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갑자기(혹은 자연스레) 터진 눈물은 내가 믿고 있던 ‘20대의 나’는 ‘건방진 새끼‘였음을 알리는 신의 경종으로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사실 나는 필연적으로 자만의 성정을 가진 산물임을 인정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주저앉을 것인가?


그렇다면 시지프스는 진즉 돌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돌에 깔려 죽고 싶지 않다(예외가 있을 수 있음). 주저하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준비된 우연’에 나를 맡기는 것이다. 내 나이 앞자릿수가 바뀐다 한들 우연히 기쁠 것이고, 웃을 것이고, 소리칠 것이고, 비상할 것이고, 무릎을 펼 것이다.


눈물을 닦고 들고 있던 소주병을 냉장고에 다시 넣으며 핸드폰과 티비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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