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다시 만났다면,
내 마음은 또다시 떨렸을까.
그때처럼,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흔들렸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떤 죄책감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떤 이별은, 너무 분명하게 나의 잘못으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도 조용히 나를 옥죄어 온다.
문득 그립다.
그리움이란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건,
우리가 정이 식어 헤어진 게 아니었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냈고,
사람은 그 시간 속에서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은 이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잘 지내고 있는지,
그때 내가 남긴 상처는 이제 좀 아물었는지.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렸던 나는,
그때 얼마나 서툴렀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의는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진심이 닿았는지는 지금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게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참 모순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정은 늘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건 미련이라기보다는,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온전히 책임지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바란다.
그 사람이 부디 행복하길.
더 멋지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
우울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길.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잘 풀리길 바라고,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그게 어떤 형태이든,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
그 마음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마 내 이런 마음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나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조금은 품고 있다.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걸 안다.
그게 마음을 가장 오래 아프게 만든다.
혹시라도 언젠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땐 꼭 말하고 싶다.
그날 하지 못했던 그 말을.
“미안해. 정말 미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