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오르지 못하는 물고기에게

by 오유나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듯한 대화를 나눴다.

나는 개발자이자 PM으로 살아왔고,

그건 어쩌면, 너무 많은 역할을 감당하고자 했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왜 나는 자꾸 나무를 잘 타지 못한다고 자책할까?”

한 문장이 마음을 때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물고기였다.

헤엄치고, 탐험하고, 깊이를 사랑하는 존재.

그런 내가 높은 나무를 오르지 못한다고 실망하는 건

애초에 엇나간 기준이었다.


회사에서는 PM이 멋있어 보인다.

주도적이고, 사람을 모으고,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나의 길이라는 착각은

언젠가 나를 지치게 했다.


PM이란 이름 아래, 어떤 사람은 리더가 되고

어떤 사람은 관리자에 머물며

또 어떤 사람은 메이커로 살아간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정체성이 있을 뿐.


나는 만들고 싶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내 손으로, 내 마음으로.

그런 내가 관리자처럼 굴려는 순간,

마음의 결은 삐걱인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묻기로 했다.

“나는 지금 어떤 바다에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가?”

“이 일이 나를 숨 쉬게 하는가, 조이게 하는가?”


조금은 서툴러도 좋다.

한 번을 하더라도, 내 방식으로, 온전히 만들어내는 것.

그게 나를 가장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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