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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도, 나가 있어

by 달빛타기

“알프레도, 나가 있어!”

예전에 재미있게 본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 개그콘서트가 있다. 여러 코너 중에서 대표적인 코너는 ‘봉숭아학당’이었다. 학급에서 학생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개그를 펼치는 것이라 여러 캐릭터가 나왔다. 세바스찬과 알프레도도 그중 하나였다.

“안녕하세요. 영국의 권위 있는 귀족, 순수한 혈통, 루이 윌리엄스 세바스찬 주니어 3세예요. 그냥 세바스찬이라고 불러주세요.”

세바스찬은 영국의 권위 있는 귀족의 순수혈통을 자처하고 그를 중심으로 다른 학생들은 모조리 천한 놈이라며 경멸한다.

“천한 것들, 천박해! 천박해! 천박해!”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깔깔대고 만다. 그의 말과 행동은 하나같이 순수혈통 권위있는 귀족에 미치지 못하고 약간 덜떨어진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AI처럼 신분을 되뇌는 모습과 하인에게만은 절대권위를 실현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난다. 때로는 세바스찬의 행동에서 우리의 모습과 동경을 함께 엿보는 지도 모른다.

세바스찬은 늘 하인 알프레도를 거느리고 학교에 온다.

"알프레도!"

"네, 도련님~"

알프레도가 칠판 뒤에서 재깍재깍 등장한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툭하면 특유의 빈정거림으로 내뱉는다.

“나가 있어!”



지금까지 당신을 지배하는 것은 마음과 생각(이하, 마생)이었다. 당신의 생각이 진짜 당신의 모습인 줄 알았고 마생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명상은 마생을 내려놓거나 없애는 훈련이다. 마생은 수십년 묵은 묵정밭의 잡초처럼 당신의 모든 곳에 치렁치렁 걸쳐있다. 명상은 진짜 나를 만나고자 하는 순수행위이다. 당신이 마생을 없애는 순간 진짜 참모습이 나타난다.


구름 낀 하늘과도 같다. 구름은 마생이다. 구름만 걷히면 푸른 하늘에 밝게 빛나는 진짜 자신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껏 알프레도(하인)가 세반스찬(주인)의 흉내를 내며 살아왔다. 이제는 당신이 진짜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어렵지 않다. 당신이 진짜 주인인 순수혈통 세바스찬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 세바스찬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마생의 농간이다. 마생은 진짜 당신을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방해할 것이다. 마생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당신을 지배하면서 온 삶을 대장 노릇 하며 살아왔는데, 진짜 나를 발견한다면 즉시 졸병의 지위로 격하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래서 당신은 마생이 오버할때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


“아이고, 마생아, 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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