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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악마의 다른 이름이다

생각나라

by 달빛타기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잡아 먹는다.”<법구경>의 구절이다.

생각이란 놈이 우리의 마음에서 생겨난 것인데, 결국 우리의 마음을 잡아먹는다.


우리는 ‘생각나라’에서 산다. 생각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태어나 생각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생각나라에서 소멸한다. 인간의 나라는 생각 덩어리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입고 먹고 자는 모든 행위가 생각으로 만들어진 체계로 이루어졌다. 입는 것을 보라. 하다못해 속옷 하나에도 수많은 누군가의 피땀 어린 생각의 결정체가 아닌가. 먹는 것은 어떤가. 생각으로 경작하고, 생각으로 어획하여, 생각으로 가공하고, 요리하여 우리 입에 들어오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자거나 생활하는 모든 건축물은 건축가의 생각에 의한 산물이다.


생각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거대한 쇠구슬처럼 우리의 세계를 감싸고 있다. 사상과 신념, 욕망, 관념, 정치, 종교, 전쟁, 예의, 도덕, 윤리, 학문, 교육…. 이런 문화와 문명은 인간이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만들어갈 생각의 파편일 뿐이다. 생각으로 국경을 경계 짓고 서로를 분별하게 하며 전쟁을 일으킨다. 사전에 들어있는 모든 단어를 보라. 생각의 나라의 학자들이 모둠 해놓은 생각의 산물이다.


늑대인간으로 살지 않는 한 인간은 영원히 생각의 시스템으로 구축된 이 생각나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이 생각나라에서 영광을 꿈꾸고 명예를 갈구하며 권력과 재물을 갈망한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교육받는다. 그래야 생각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나라에서는 지독한 차별과 등급이 존재한다. 생각이 미숙하면 천대받고 생각이 우월하면 존대받는다. 이곳에서 성공하기 위해 우리는 생각나라에서 태어나자마자 길든다. 그러면 그럴수록 진정한 나와 점점 멀어지고 만다.


생각나라에서는 생각이 최고의 무기가 된다. 더 많이, 더 깊게, 더 멀리, 더 기괴하게, 더 높게 생각을 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 최고의 미덕이다.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은 평범하기만 하다. 평범한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 비범한 생각은 비범한 대우를 받으며 생각나라의 지배층이 된다. 몇몇 비범한 사람들이 구상한 생각들이 정책화되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이 생각나라를 끝없이 발전시킨다.


생각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道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도는 거창한 게 아니다. 그저 인간의 본래 성품대로 사는 것이 곧 도이다.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신은 점점 불행해진다. 생각나라에서는 등급이 있고 순위가 있어서 1등이 아닌 한 당신은 언제나 불행하다. 1등은 행복한가. 1등은 또 1등을 지키기 위해 불행하고, 뒤처진 자는 뒤처져서 불행하다.


생각나라는 모든 것이 인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보라.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매우 불완전한 결핍의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완전을 위해 결핍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 방법이 곧 생각이다. 생각을 통한 인간의 완전성을 향한 노력을 지속되고 과학의 눈부심이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하게끔 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인간이 신이 아닌 건데, 당연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각은 반드시 결함이 존재한다. 완전한 사람이란 없기 때문이다. 남성에게는 여성성이 결핍되고, 여성에게는 남성성이 결핍되어 있다. 결함은 생각으로 완전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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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동물들은 우리처럼 고도의 생각을 하며 살지 않는다. 그저 살 뿐이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들에게 우울증이 있으며 스트레스가 있는가?

생각은 당신을 외형적으로 성장시킬 수는 있어도 당신에게 평화를 주진 못한다. 감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병은 생각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이 없으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이 단순한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다.


당신은 감정제어가 안 되어 고통스러운가. 우울증이 있는가. 화가 많은가.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있는가. 당신이 일순간에 감정의 문제로부터 해방되는 길이 하나 있다.

방법은 너무 간단하다. 바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생각이 곧 집착이므로 생각을 없애는 것은 집착을 없는 것이고, 이는 당신에게 고통으로부터 해방해 줄 것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생각을 통제하라. 생각을 버려라. 아무 생각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 생각나라에서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거듭해서 말한다. 생각에 스위치를 달아서 언제든지 생각을 오프하라. 감정으로 고통받는 당신이 생각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것도 없다. 다만, 생각이 그렇게 만들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통제되지 못한 지식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당신을 위험하게 한다.’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은 생각의 덩어리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덩어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다. 생각이 점점 많아질수록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그곳엔 고통의 무게가 축적된다. 생각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세상이 어떤가. 예전보다 더 많이 빨라지고 쾌적한 삶을 살고 있는데, 당신은 어릴 적보다 더 행복한가. 과학이 문명이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당신의 문제는, 당신이 너무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생각나라의 수도는 도시이다. 신을 능가하는 피조물을 만들겠다고 한 바벨탑의 위용이 집약된 곳, 일테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 많은 사람이 모여 더 고도의 생각을 집약하여 만든 생각나라의 중심지이다. 그러니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주말마다 지친 어깨를 파닥이며 시골로 들로 산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나마 생각이 덜 모인 곳이 시골이고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자연적이지 않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참으로, 참으로 깊은 수준의 휴식은 생각을 텅 비운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월러스 박사의 말이다. 진정한 휴식은 생각을 비우는 것이다.


오쇼 라즈니쉬는《배꼽》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리는 미쳐있다.

생각은 늘 나눠놓고 생각한다.

생각 때문에 분리가 생긴다.

생각 때문에 국가와 민족이 생기고

흑인과 백인, 부자와 빈자가 생긴다.

그렇다면 생각이 바로 악마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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