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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가 돼라.

by 달빛타기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그의 작은 배와 부딪쳤다.

그가 비록 나쁜 성격의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그에게 비켜 가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마침내는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배가 비어있을 때

그는 소리치지 않았고 화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세상의 강을 흘러간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 중 <외편>-「산목」에 실린 글, <빈 배>로 널리 알려짐


‘빈 배(虛舟)’이야기는 ≪장자≫에 실린 글로, 시남자(市南子)란 사람이 노나라 임금에게 이야기 형식으로 말한 충고라고 한다. 빈 배가 다가올 때는 아무리 나쁜 성격일지라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배에 사람이 타고 있을 때는 소리치고 발을 동동거리며 화를 낸다. 우리네 인생이 이와 다르지 않다. 화를 내는 감정이 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감정의 노예로 사는 까닭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때로 텅 빈 공간이 되라. 다른사람이 지나다니게 하라. 삶은 거울과 같다. 삶에 미소지으라. 그러면 삶이 당신에게 미소 지을 테니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인생수업≫ 에서 나온 구절이다. 텅 비울때 삶이 거울처럼 미소짓는다.


그 유명한 <반야심경>의 핵심 구절은 이렇다. ‘수행자가 오온이 공(空)한 것을 보고 열반에 이르렀다.’ 오온이란 육체와 마음, 생각 덩어리를 말한다. 즉, ‘수행자가 육체와 마음과 생각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무한한 자유를 얻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나라고 믿는 이 육체와 마음, 생각은 사실 내가 아니다. 그러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


‘한 생각 일으키니 만법(온갖 현상)이 일어나고,

한 생각 사라지니 만법(온갖 현상)이 사라지네’

저녁에 해골 물을 마시고 아침에 깨달음에 이른 원효대사의 말이다.


명상하라. 명상을 통해 나를 찾아라. 나를 텅 비워 빈 배가 되도록 하라. 내가 텅 비우면 모든 법(현상)이 텅 비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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