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녀 또는 당신의 이야기 <04>
며칠사이에 바람이 차가워졌어
분명 너무 더워서 잠을 못자던 밤들이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요즘은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잠이 들어.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을 거라고 했던
네 말이 다 맞았어.
나는 요즘 잘 지내.
그래 따지고 보면 이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우리도 결국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니까.
사랑에 눈이 멀었을 땐 내가 주인공이었지만
사랑이라는 연극이 끝난 뒤엔
그 무대를 정리해야 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인걸.
요즘의 나의 상태는
나는 다음 차례의 사랑을 위해
지금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
어떤 사람이 나와 이 무대에 올라 어떤 내용을 만들어 갈지는 모르지만
이번 무대는 희극이길 바라고 있어.
너와의 사랑은 엄청난 비극이었으니까, 이젠 그만 행복해지고 싶거든.
이런 나를 보면 너는 뭐라고 할까
헤어지던 날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던 그 텅빈 눈을 하고
나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할까?
아니면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말할까?
너에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는 이 상상을
나는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며
어느 날은 너에게 혼이났고, 어느 날은 네가 날 격려해줬어.
그리고 이젠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난 괜찮아.
너는 더이상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니까.
무더웠던 여름이 온데간데 없어졌듯
내 마음 속에도 이제 너는 없어.
이따금 내 마음속 무대에서 미처 치우지 못한
우리가 흩뿌렸던 반짝이 한 조각에 무너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게 내가 여전히 널 사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아프지 말고
너도 나처럼 잘 지내길 바라.
나는 정말로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