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간 것 가지고 욕하시더니, 이젠 되돌아온 것 때문에 그러세요? “
확실히 할머니의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이유가 없으면 돌아오지 않을 집이었고, 또 절대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빠도, 이 순간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심약한 엄마가 아니라.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리고 어려워하는 할머니인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집도 아니고 ‘할머니 집’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원하신다면 당장이라도 방 알아보러 나가고요.”
“돈도 많다. 돈지랄할 돈 있으면 차라리 나한테 주지 그러냐?”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지 않은 것 만으로 일단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졸음을 못 이겨 깜빡 도서관에서 잠들었던 날
어디 머리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외박을 하냐며 물벼락을 맞으며 내쫓겼던 날에 비하면 꽤 온건한 반응이기도 했다.
“누구 좋으라고 제가 그런 지랄을 해요. 저 먼저 일어날게요.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서로 곱지 못한 말로 마무리를 하고 내 방에 들어와 문을 닫으니
이제야 비로소 정말 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 집에서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적어도 세 평 남짓의 이 방만큼은
문을 꼭 닫고 내 공간이라고, 내 것이라고 그렇게 되뇌었던 청소년기의 기억이 스쳐가며
“아, 정말 집으로 돌아왔구나.”
한숨 같은 말을 내뱉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바빠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