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신혼집으로 옮길 동생이 살던 집은 1200짜리 전세다. 정말이다. 더구나 역세권인데도 서울에 이런 집이 있긴 있더라. 옆에 사는 신혼부부는 전세 1500. 사정을 알고보니 주인할머니가 세상물정에 어둡고 일단 돈욕심이 없다. 동생이 팔 년을 살던 방은 그 전에는 네 식구가 살았다 하고, 방을 내놓은 지금은 한 아가씨가 한참을 처연히 있다 갔다 한다. 그 아가씨가 현재 사는 집은 동생 방보다 보증금이 세다고 한다. 보증금은 어찌어찌 대출받아 마련한 것인 모양. 그런데 그 보증금은 좀 까먹은 것 같고 한달에 이자로 내는 9만원이 너무 힘들다 하네. 새로 본 집을 놓치기 아까워서 발만 동동 구르다 간 아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더 돈 나올데가 없단다.
"젊은 사람이 그만한 돈이 없어요?"
"네.. 제가 어쩌다 신용불량자가 돼서요."
엄마는 아가씨가 너무 짠하고 자식같아서 전화 번호를 부러 적어두었다 한다. 사방 밤이다. 아가씨는 이 도시 어딘가에 제 한 몸 뉘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