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자리

by Ooo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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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등나무 소파를 중고시장에서 구했다. 벼르던 물건을 들이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곧 사소한 근심이 잇따른다. 그 전에 쓰던 소파와 사이드 테이블은 과연 어디에 둘 지? 인테리어의 시작은 청소이고, 그 다음이 집/짐정리이다. 선풍기나 온열기 같은 계절성 가전들은 안 보이게 보관해두어도 괜찮다. 하지만 가능한 '눈에 띠게끔' 집에 있는 물건들에 자기만의 자리와 쓸모를 만들어두려고 한다.

"이 집에는 군짐이 없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 중 하나다. 단돈 천 원짜리 물건이라도 허투루 사는 법이 잘 없는 편이다. 이미 가지고 있던 물건인데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 또 사들이는 건 아닌지 살펴버릇 하기 때문. 물건들을 용도별로 갈무리해 둔 수납상자에 라벨링까지는 않더라도 어떤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머릿 속에 새겨둔다. 새로 들이는 물건때문에 도저히 둘 데가 없거나 쓸모가 다한 기존 물건은 상태가 온전하다 싶으면 바로 중고로 내다 팔거나 나눔을 한다.

자리를 만든다는 것. 무언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첫 시작은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수년 전 어떤 모임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하게 됐을 때의 얘기다. 무슨무슨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원을 하라는데 '내가 끼어도 되는 것인가' 싶어 괜히 눈치를 보던 기억이 선명타. 당시 모임을 이끌던 이가 "A님과 B님은 이번에 처음오셨지만 이거 한 번 해보시면 어때요?"라고 먼저 제안을 해 준 덕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뜨내기라는 느낌없이 모임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새로 합류하여 모임이 다소 낯설 이들에게 꾸준히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이가 참 고마웠다.

그렇네, 사물에게도 자리가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이야.

등나무 소파를 들여온 자리에 두었던 기존 소파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리 끝에 소파를 둘 다른 자리를 마련해서 활용하는 중이다. 하지만 모듈식 소파의 발받침은 또 어디에 둘지 고민이 많았다. 세로로 세워볼까? 아차, 이거였네! 세워보니 등나무 소파 옆 테이블로 쓰기 딱 맞춤인 거라. 레이스 천까지 씌어놓으니 소파아니고 처음부터 테이블이었던 양 감쪽같다. 또, 기존 사이드 테이블은 다리 부분만 떼어 빨래 바구니아래 받쳐 쓰고 있는 중.

사물이 놓여있는 자리를 보며 오래 전 내 자리를 터 주었던 그이의 마음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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