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야트막한 동산을 끼고 있는 동네 공원을 찾는다. 일곱 여덟은 됐을까. 아니, 열은 족히 넘지 싶다.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사진찍는 사람을 지나치기도 여럿. 간밤의 일이다. 밤새 소복이 쌓인 눈이 참 예쁘기도 하여서. 그런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던 모양.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연신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를 보노라니 저도 모르게 슬몃 미소가 지어진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이번엔 그 작은 동산으로 향한다. 이쪽도 장관이다. 순간 멈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앞서가던 커플도 걸음을 멈춘다. 한 장 찍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감사한 마음에 빙긋이 웃어 보인다. 그대로 헤어져 좀더 눈꽃을 즐긴다. 저기도 또 한 명 멈추어 있네. 이런 날이면 왠지 인사를 건네고 싶어진다. 안녕하세요. 눈꽃이 참 예쁘죠?
이렇듯 같은 풍경을 바라본 적이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어스름이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젊은 여성이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 그렇게 벤치 양 끝에 나란히 앉아서는 갈수록 붉어지는 노을을 한참 바라보았던 기억.
산을 찾으면 모르는 이들이 곁을 지나쳐가며 제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괜한 쑥스러움에 먼저 인사를 건네는 적은 잘 없지만 인사를 받으면 어찌나 정겨운지. 또 한번은, 밤산책을 나섰다 만난 새끼 고양이를 모르는 남학생 두 명과 참 흐뭇하게 바라보았더랬다.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런 날들이 있다. 어여쁜 것들, 예쁘고 때론 가여운 것들 앞에서 속절없이 '우리'가 되고 마는. 그리고 이런 순간들은 참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