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함 혹은 간절함

by OooAaa

드라마 CSI 시리즈같은 수사물을 보면 용의자 파악을 위해 온 집안을 헤집으며 쓰레기통까지 뒤적이는 걸 곧잘 볼 수 있다. 그렇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려면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걸까. 그보다는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 간편하고도 더 요긴할테지. 내 경우는 스마트폰 가계부 어플을 보면 된다. 몇 해째 꼬박 가계부를 적고 있으니.


월 소비를 파악함으로써 단순히 지출을 줄이자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지출을 줄이면 물건이 줄어들고, 물건을 줄이면 손도 덜 간다. 그렇게, 간소한 삶. 이것저것 갖추어 놓고 사는 한 이에 따른 지출이며 품은 피할 수 없다. 일례로 집에 있는 세탁기 하나 건사하려면 세탁조 청소해야지, 그 청소 한다고 과탄산소다 구비해 놔야지, 지난 달에는 먼지거름망이 파손돼 거름망을 새로 주문했더니 아귀가 딱 맞질 않아 그거 장착한다고 힘깨나 썼다.


'이런 게 집에 있었나' 싶은 물건은 없는 편이다. 때문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한 한가지 원칙은, 새로운 물건을 들이면 오랫동안 안썼던 물건은 처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달 갖고싶은 것이 생기더라. 그때 그때 새로운 것에 마음을 앗기기보다 오래도록 원했던 한두가지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뭘까.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몇몇 것들은 있지만 전 생애에 걸쳐 제 마음을 홀리는 게 무엇이었던가. 무언가 있을 법도 한데 떠올리자니 막연해. 그렇지, 내가 가장 오래 지니고 있는 물건부터 찾아보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남자들의 위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