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고문하기 위해 존재하며,
또 어떤 밤은 회상하기 위해, 혹은
외로움에 취하기 위해 존재한다."
– 포피 브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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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밤은 항상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밤은 정말 말 그대로 고문 같았다.
새벽 4시, 렘수면(REM 수면) 상태에서 뒤척이다 잠에서 깼다.
렘수면은 꿈을 꾸는 단계라고 했다.
하지만 그날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온몸이 천근만근인데 머리만 맑아지는,
잠을 자도 쉰 것 같지 않은, 그런 밤이었다.
내가 30대 초반이었을 때, 취업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스펙도, 경력도, 나이도 모두 나를 밀어냈다.
결국 나는 하루하루 상하차 알바와 식당 서빙으로 버텨야 했다.
하루에 네 시간 자고 새벽에 컨테이너 문을 여는 그 순간,
차가운 철문에 닿는 손끝이,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건가 싶을 만큼 현실을 되새기게 했다.
밤이 오면 잠이 오질 않았다.
자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렘수면(NREM) 상태, 그러니까 깊은 잠 단계가 오지 않았다.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여전히 ‘내일’에 대한 불안을 계산하고 있었다.
오늘 실수했나?
내일도 불려 가서 혼나지 않을까?
다음 주에도 나를 불러줄까?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어도, 무시당해도, 웃어야 했다.
"그깟 알바가 뭘 안다고"라는 말에
진심으로 대꾸하고 싶었지만,
내일 또 불러줄까 두려워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보다 생계가 중요했다.
그런 날들 속에서 밤은 더욱 무거워졌다.
회상은 고통이고, 외로움은 중독처럼 스며들었다.
한때는 나도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편하게 잠드는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그런 밤들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나’가 되었다.
이제는 안다.
렘수면이든, 비렘수면이든,
수면의 질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평온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