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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목소리, 남은 기억"

by 이불킥개혁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제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


- by 김주환 -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어느새 내 이름을 부르던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사라져 간다는 뜻이다. 나는 어릴 적, 언제나 내 이름을 부르며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었고, 삶의 의미를 심어주었다.

그러나 세월은 냉정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온 세상이 멈춘 듯한 슬픔에 빠졌다. 그때의 상실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외할머니의 웃음과 따뜻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어느 날, 60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전립선암으로 외삼촌이 세상을 떠났다. 그날, 장사체구에 힘껏 내 이름을 불러주던 외삼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삶의 방향과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주던 소리였으나, 이제는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나는 이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결국,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뜻하는 걸까?" 그 대답은 뚜렷하지만 쓰라리다. 잃어버린 이들의 빈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메워지지 않을 것이고, 그리움은 영원히 내 안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상실의 아픔 속에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내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들이 주었던 사랑과 용기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그들이 바라던 내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그들이 내게 남긴 따뜻한 기억들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다.


한 번에 할머니와 삼촌을 떠나보내고

말이 없어진 어머니...

이럴 때면 자식으로서

어머니께 해드릴 게 없다는 것과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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