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숨겨야 할 때도

있다고 하더이다.

by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나는 뭐 하나에 꽂히면 질리도록 같은 이야기만 반복한다. 그래야 속이 시원하다.

뭐든지 끝장을 봐야 된다. 내 마음이 다 식을 때까지.

가끔은 적당선에서 끝날 때도 있지만, 뒤틀린 오기와 반항심으로 시간을 끌기도 한다.


고양이도 그중 하나다. 당장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고양이 사진만 들여다보고,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유기묘 봉사자들 단톡에서 상주하며 웬만한 대타 요청에 응한다.

내가 사랑하니까. 그치만 고양이를 이 정도로 사랑하고, 이만큼이나 아낀다는 말을 가끔은 숨겨야 할 것 같다. 내 인생에 마치 이것밖에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그게 두려웠다.


사실이니까. 몇 되지 않는 사랑하는 것들이 고양이와 글과 닳고 닳도록 봤던 영화 몇 편이 전부라는 것.

쟤는 그게 다야. 그것밖에는 아는 게 없나 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만.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사랑이 많아서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세상에 사랑하는 게 몇 없는 나는 내 나약함을 들킬까 봐 두렵다. 부끄럽다. 차라리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척, 세상에 미련도, 바람도, 기대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싶은데. 이상하게 세상은 나를 기대하게 한다. 또 사랑하게 한다. 염치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