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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Nov 29. 2020

시간이 아주 오래지나도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말은-독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도 너만을 사랑할게."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너무나 낭만적인 일이라 생각했고

꼭 하루빨리 나에게도 생겼으면 하고 바랐다.


어쩌면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그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나에게 있어 요즘 말로 '트루 러브(True Love)'는 꼭 내 인생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길을 걷다 종종 보이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곤 한다.

여태 내 눈길을 끌었던 연인들의 모습은

보통은 나와 또래인 어린 커플들이었는데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여행하던 4월의 어느 날

내 눈을 동그랗고 크게 떠지게 만든 한 연인을 보게 되었다.

흰머리와 약간 굽은 허리, 천천히 걷는 걸음.

그리고 마주 잡은 정다운 두 손.

그간 어린 연인들만의 특징이라 생각했던 다정한 모습이

나이에 상관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리곤 기차를 타고 블랙 포레스트로 이동했을 때 역시

흰머리와 약간 굽은 허리, 서로를 향해 어깨를 기울이고

나란히 벤치에 앉은 연인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빛이 났다.

넋을 놓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솔솔 기분 좋게 불어오는 람과

오랜만에 쨍쨍했던 햇살을 느끼며

저분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실까 생각했다.


감히 추측해보자면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도 당신만을 사랑하겠소."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닳아 버렸지만


"당신과 함께해 온 시간들과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 아닐까?


평생을 약속할 만큼의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이미 평생을 사랑했고, 현재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그런 의미로 말이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될 때쯤

상념에서 빠져나와 아무도 못 들을 만큼 작은 소리로

탄식을 뱉으며 소원의 내용을 조금 바꾸었다.





단지 찰나의 순간 빛났다 사라지는 폭죽의 빛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서부터 출발해 나에게 닿고 있는지 모르겠는 별의 빛처럼

길고 길고, 반짝이는 그런 사랑을 죽기 전엔 꼭 해보고 싶다고.


물론 일단 그런 사람부터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조바심은 내지 않을 계획이다.



덧 붙이는 말.

친구들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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