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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Dec 01. 2020

기회가 된다면 사과하고 싶어요-프랑크푸르트, 독일

지난 편과 이어지는 에피소드.

근데 참 웃긴 일이 생겼다. 

마침내 기숙사에 도착해 짐 정리를 하고 적응을 할 쯤이었나. 

분명 챙겼던 것 같은데 파우치가 하나 안 보였다. 

출국 전 10만 원 정도의 환전한 돈을 파우치에 넣고 

배낭에 넣었던 것 같은데 온 방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이사한 날 방에 같이 있던 친구에게 물어도 그런 파우치는 본 적 없다고 했다. 

결국 기숙사 사무실을 통해 분실물 신고까지 했다. 

그래도 물건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의심의 불똥은 

이사 당일 짐 옮기기를 도와줬던 이들에게 튀었다. 


실제로 기숙사에 붙었던 불실물 공지....(ㅋㅋㅋㅋ)


여러 번이 도움이 있었지만, 용의 선상에 오른 이 중 가장 유력했던 건 

다름 아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그'였다. 

그렇게 고마워할 때는 언제고 일주일 만에 의심을 시작했다. 

어딘가 찜찜했다. '분명 인상이 선했는데.  분명 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심하는 스스로가 위선적이라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분실한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신이 되어갔다. 


기숙사에서 보이던 풍경


그렇게 3월, 4월, 시간이 지나 8월. 한국에 돌아왔다. 

먼 거리에서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던 중 방에서 문제의 그 파우치를 발견했다. 

몇 개월을 애타게 찾던 게 왜 여기 있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2월 28일 출국 당일 밤을 새우며 

새벽까지 짐을 쌌던 나는 파우치를 넣을까 말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넣지 않은 것이다. 

몽롱한 정신에 의해 분명 챙겼다고 굳게 착각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사소한 미안함이 아니었다. 

그건 죄스러움을 느끼는 감정이었다. 


아직도 흐린 기억 속 그의 실루엣이 그려지는데 

초면에 선한 마음을 몰라보고 의심한 것도 미안한데 

도둑이라고 의심까지 했다니.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아니 다시 만난다 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사과하고 싶었다. 

오해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낯선 나에게 도움을 선뜻 내어주어서 감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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