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승 May 15. 2021

'잃어버림'과 '받아들임'에 대한 이야기

결혼을 앞둔 여자들을 위한 예방주사와 같은 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것>

책발전소북클럽 2월 도서로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이다.


서유미 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것>. 대학을 졸업하고 15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출산을 하면서 육아휴직이 퇴사로 이어진 40대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임신,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해야만 하는 사회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한 소설같지만, 거기에만 묶여 있지 않아서 좋았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딛는 과정마다 의도치 않아도 멀어지는 관계와 거기서 비롯된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가부장적이고 무심한 남편이나 갑갑한 시월드가 등장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외로움의 원인을 다른 어떤 존재나 구조의 문제로만 돌려 지적하고 있지 않다. 경력직으로 재취업하려는 주인공에게, 구인란에 사전 고지하지도 않은 비정기적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회사에 대해서도, 절반은 이해하고 절반은 분노하는 공평한 반응을 보인다. 오랜 시간 함께했거나 잠시 함께한 친구가 멀어질 때에도 그저 서로의 세계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더 주인공의 헛헛한 마음을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임의 과정에 몰입할 수 있다. 잃어버린 것을 인정하고, 가지게 된 것과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을 찾아 나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고, 같은 세계에 있는 이들은 가깝지 않은 관계라도 '함께' 나아가는 존재임을 생각하며 응원하게 된다.

김영하 작가는 이 엄혹한 세상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설을 읽으면서 극한의 두려움이나 공포, 괴로움과 비슷한 다양한 감정을 미리 간접 경험해두어야 한다고 했다. 오래가는 진통제나 예방주사 효과인 것 같다. 어쩌면 30대 여자로서 이 소설은 그런 의미이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젯밤 그 꿈은 당신이 직접 고른 것일 수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