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중함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지나친 신중함으로 인해 답답해하는 분들께 위로를 드리는 글

by 감성부산댁

여러분은 ‘신중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흔히 신중한 사람은 ‘느리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지는 탓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중한 사람들은 일을 처리할 때 한 번에, 그리고 확실하게 처리합니다.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수가 적고, 변수들을 최대한 줄이며 안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에,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신중함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해서 ‘느리다’고 평가하거나, 덜 신중하다고 해서 ‘경솔하다’고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신중함은 각자의 가치 판단에 따라 형성된 태도이며, 우리가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매사에 신중한 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신중함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고 일을 망친 경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런 실패가 전부 제 성격 탓인 것만 같아 스스로를 탓하곤 했습니다.

제게 왔던 수많은 기회를 제가 놓쳤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괴로웠습니다.


저희 가족이 이사를 결정할 때 저는 두 번의 큰 실패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사를 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 망설이다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당시에는 집값이 오르기 직전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반드시 움직였어야 할 때였습니다.


자녀의 학교 문제로 결국 이사를 결정했을 때는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부담이 컸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이사한 직후 집값은 거짓말처럼 상승을 멈추고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지금의 집에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신중함도 적절한 때에 발휘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점에 누구나 알고 있던 것을 정작 본인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설령 알고 있었다 해도 최종 판단의 기준은 오직 본인만이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신중함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중함은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각자의 삶의 방식이며,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태도입니다.

어떤 결정이든 빠르다고 해서 무모한 것이 아니고, 느리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린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그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입니다.


신중함은 때로 기회를 놓치게도 하지만, 그 신중함 덕분에 지켜낸 것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움직여 얻은 성과를 자랑할 수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시간을 들여 깊이 고민하고 더 단단한 결정을 내리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 선택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결국 삶의 일부입니다.

때로는 후회할 수도, 만족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니 신중한 당신,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그 깊은 고민과 느린 걸음은 분명 어딘가로 향하고 있으며, 그 길은 누구보다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길입니다.


신중함은 정답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반영한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내린 결정에 내가 책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천천히 걸어가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The willingness to accept responsibility for one’s own life is the source from

which self‑respect springs.”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자존감이 솟아나는 근원이다.”

-조안 디디온(Joan Didion)-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 휴가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