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마음과 빠른 마음

by 시선




느린 마음과 빠른 마음은 가깝지만 아주 먼 사이다. 느린 마음은 자주 휘청거린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하고 그마저도 느릿느릿 하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더디다. 빠른 마음은 그런 느린 마음이 못마땅하다. 빠릿하게 처리하면 될걸 그러지 못해서 자기까지 우스워보이게 만들까봐 늘 불만이다.



빠른 마음에게 제일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관한 문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을 읽어낼 재간은 없으니 열심히 추측하고 궁리한다. 그러고선 느린 마음을 자주 채찍질한다. 왜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고 서 있어,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해내잖아, 꼭 그렇게 어설프게 해야 해? 하고 시도때도 없이 쿡쿡 찌른다.



느린 마음은 주눅이 든다. 빠른 마음이 하는 말들이 틀린 것 같지 않아서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 잘 하고 싶은데 느린 마음은 한 번에 한 걸음밖에 못 가서 빠른 마음이 있는 곳까지는 영영 가지 못할 것 같다. 느린 마음은 숨고 싶다. 빠른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괜한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다.



하지만 느린 마음은 그러지 않는다. 느린 마음은 느린 대신 빠른 마음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느린 마음은 사실 자신이 너른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품는 마음, 살피는 마음, 기다려주는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빠른 마음은 본래 바른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올바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위에 원치 않는 색깔이 덧칠해져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느린 마음은 숨는 대신 느리게 걷기로 한다. 숨을 쉬며 한 걸음씩 걷다보면 빠른 마음이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와 자신과 속도를 맞춰 걸을 것을 알고 있다. 너른 마음과 바른 마음이 함께 걸으면 산이 움직이고 바다가 갈라지는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다.



느린 마음은 기다린다. 천천히 걷는다. 빠른 마음이 어김없이 재촉하면 씩 웃고는 계속 걷는다. 걸음은 조금도 빨라지지 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