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무릎 위에 날아와 앉았다. 새끼손가락 첫 마디 정도의 크기였으니 귀여운 꿀벌의 모양새는 아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일어서야 하나, 벌을 쫓아야 하나, 그러다 쏘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불안했다. 벌은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이 까맣고 미끄러운 곳은 어디인지 이 다음에는 어디로 날아갈지를 천천히 탐색하는 것 같았다.
어깨가 경직되고 머리 속에서 두려움 경보가 한참 울려퍼지고 있을 때 문득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 이 두려움은 내가 만들어내고 있구나. 이 벌은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를 공격하려는 이유를 발견하지도 못했을텐데 벌은 나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두려워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나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들었구나 알아차렸다.
그러고 나자 거짓말처럼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쪼그라들었던 어깨에 힘이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무릎 위로 날아든 작은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너는 다리 끝에 조그만 신발 같은 것을 달고 있구나, 날개가 동그랗고 꽤나 크다, 하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360도를 돌면서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리는 아이의 움직임을 구경했다.
꽤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벌은 찾아올 때 그랬던 것처럼 예고없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다음부터는 벌이 윙윙대는 소리가 위험을 알리는 소리 대신 새소리나 바람소리처럼 자연이 만들어내는 배경음처럼 들렸다. 벌이 가까이 날아드는 것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의 경로가 겹쳤을 뿐임을 알게 되었다. 벌을 무서워하는 엄마와 팔을 휘두르며 쫓아내려는 아빠에게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벌을 벌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우리의 마음은 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