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걸림돌

갱년기 전 마지막 다이어트

by Rocky Ha




나는 50살 먹은 여자다. 갱년기가 서서히 나를 덮치러 오고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온몸에 열이 나 땀을 흘리다가 또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곧 추워지곤 한다. 잠이 들기 전까지는 침대에서 체온과 전쟁을 치른다. 추워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꽁꽁 싸맸다가 이내 온몸에 땀이 흥건하여 이불을 걷어내고 잠시 후, 다시 추워져서 이불을 뒤집어쓰기를 수없이 반복하느라 어느 결에 잠이 드는지도 모를 만큼 지쳐서 잠이 든다.


주변에 60대 언니들의 갱년기 체험담을 듣고 있자면 나의 공포는 한층 더 해진다.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게 제일 힘들다, 마음이 우울해지고 살 맛이 딱 떨어진다, 자식도 싫고 남편도 싫고 다 싫어져서 어디 혼자 훌쩍 가버리고 싶어 지더라, 얼굴이 자꾸 달아올라 창피해서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려서 죽겠더라, 이유 없는 두통에 시달렸다, 가슴이 뻥 뚫린 거 같고 자꾸 눈물이 났다, 짜증이 말도 못 하게 나더라...’ 이쯤 되니 갱년기에 대한 공포가 하루하루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갱년기를 먼저 겪은 선배들의 경험담과 충고 중에 나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살이 배 주위로 엄청나게 찐다는 것이었다. 갱년기가 지나면 몸의 기초 대사량이 현저히 떨어져서 먹는 족족 살이 찌고, 특히 배 주위는 더는 여자의 몸이기를 포기한 채 할머니들의 통짜 몸매가 된다는 것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먹는 걸 조절해도 살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언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울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불어난 몸이 평생 빠지지 않아 늘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항상 음식조절과 운동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서 지인들이 ‘그 다이어트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냐?’며 놀릴 정도로 평생 다이어트 중이다. 그런데도 40대가 되면서는 한 해에 1Kg씩 따박 따박 몸무게 숫자가 더하기를 하고 있어서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맞는 옷이 없다. 새 옷을 사러 가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작년에 맞던 사이즈가 올해는 맞지 않고, 무슨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질 않아 늘 우울한 마음으로 쇼핑을 마친다. 현재까지도 이러한데 갱년기가 지나면 이건 뭐 보자기를 두르고 다닐 판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겠는가.


그러면서 갱년기 선배 언니들이 항상 덧붙이는 말이 있다. ‘갱년기 전에 빼야 한다. 지금 못 빼면 이젠 정말 끝이다’ 그래서 모진 결심을 했다. 폐경이 오기 전에, 거대한 갱년기의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감량해 보자는 결심이다. 올 한 해의 목표를 5Kg 감량으로 잡았다. 주 5일 저녁에 가는 요가원을 등록했다.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삶이라 장기로 끊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3개월을 끊었다. 벌이가 딱히 없는 나에게는 상당한 거액이다. 여성 전용 요가원이다 보니 또 복장이 염려되어 요가복을 새로 두벌 더 구입했다. 식단은 요즘 유행하는 16:8의 간헐적 단식과 저녁 식단을 바나나 1개와 토마토 1개, 삶은 계란 2개로 정했다. 요가복도 구입했고, 거금 들여 회원권도 끊었고, 바나나 한 송이와 토마토 6천 원어치, 계란 한 판을 집에 들여놨다. 그렇다면 나의 이 결연한 의지가 이틀째인 현재까지는 불타오르고 있을 거라고? 아.니.다.


절대 제거가 불가능한 너무도 강력한 걸림돌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남.편. 이분은 밤 9시만 넘으면 계속 뭘 먹자고 한다. 그는 밤에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어제도 각자 운동 후 만나서 같이 집으로 오는 길에 중국집을 지나오는데, 식당에서 뭘 먹고 가자며 마구 꼬셔대는 걸 억지로 끌고 집에 돌아왔다. 나의 이 굳은 결심을 강하게 어필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한순간 무너질 뻔했지만 60대 언니들의 피맺힌 교훈의 메아리가 나를 구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도 잘 버텨 낼 수 있을지... 두렵다. 아무래도 ‘갱년기 전 최후의 다이어트’ 작전에서는 남편의 밤 식욕을 과연 내가 어떻게 피해 가는지가 최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의 파이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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