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28번 트램

Tram28, Lisbon

by 우주진


리스본에 대해서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김에 일정을 며칠 늘려 포르투갈에도 한번 가보자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우리는 리스본에 도착했지만,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김연수 작가의 여행기에서 읽은 “28번 트램”과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 “파두(Fado)”와 내가 원래도 좋아하던 “에그타르트” 정도였다.


특히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여러 유명 지역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트램이 진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이 트램 자체가 100년 가까이 된 빈티지 차량이라는 점이었다. 이 오래된 한량짜리 노란색 전차가 이 도시의 상징이 되어, 많은 여행자들이 꼭 한번 타보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올린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이 트램만큼은 꼭 타보자고 마음먹었다.



짐을 풀고 나서, 인터넷에서 가볼만한 곳들을 검색해봤다. 숙소에서 가까운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언덕 위 숙소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그 광장이 있었다. 구글맵과 주변을 번갈아 보며 걷던 중, 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했는데, 역시나 거기가 28번 트램 정류장이었다. 그리고 거기 길게 선 줄은 모두 그 트램을 타려는 사람들이었다.


조금 전까지 가졌던 ”이 트램만큼은 꼭 타보자“던 결심은 가루가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배차 시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이걸 타려면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은 줄을 서야 할 것 같았다.


젊은 관광객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일행은 가장 젊은 나와 남편이 이미 오십이 넘은 지라, 아무래도 이 계획은 물리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원래는 다음 날 주요 관광지를 다닐 때 트램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결국 다른 교통수단을 찾기로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도시에는 툭툭이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세발차 툭툭이가 관광지마다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툭툭이가 이곳의 주요 관광 교통수단이 된 이유는 도시에 언덕이 많고 골목이 좁은 오래된 도시 구조 때문인 듯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주로 이용했던 툭툭이를 유럽에서 다시 보게 되니 묘하게 반가웠다.



코메르시우 광장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바닷가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그곳에 정차해 있던 툭툭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바닷가로 내려올 땐 걸어서 왔지만, 오르막길을 걸어서 돌아가는 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우리는 숙소까지 1인당 5유로에 합의를 하고 탑승을 했는데, 다음 날 택시를 타보니 전체 요금이 5유로면 충분했다. 그래도 덜컹거리며 달리는 재미를 생각하면 툭툭이도 나쁘지 않았다.

걸어가는 길에 마침 28번 트램이 지나가는 걸 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직접 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골목을 달리는 오래된 전차. 그걸 타고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도시풍경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노쇠한 몸에게 낭만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저 마음으로만, 그 트램을 따라 언덕을 올라본다.


리스본, 28번 트램 / 종이에 펜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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