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내 유년은 사랑과 폭력의 반죽 같은 것이었다.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인내로부터 비롯되어 주변을 변화시키며, 폭력은 폭력수단(재산, 지위, 탱크)을 이용하여 타인을 통제하는 것이다.
언급했듯, 폭력 수단은 물리적인 것만 포함하지 않는다. 그것은 심리적 압박이나 감정적 호소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서로에게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한다.
나는 어릴 적 성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자랐다.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싸늘한 눈빛과 상처 주는 말들을 견뎌야 했다. 통제적 성향의 어머니는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나를 가두곤 했다.
그리고 사춘기를 겪으며 또래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듯,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갈등이 생기면 그저 못된 말들로 관계를 깨버렸다. 상처를 준 뒤에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관계에 대한 멈출 수 없는 불안감은 오히려 관계를 난도질하는 방식으로 발현됐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랑받는 것에 목맸다. 나는 헌신적이었다. 도시락을 싸주고, 선물을 사고,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연애였다. 그러나 한 번도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상대는 떠났고, 나는 더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럼에도 사랑이 멀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내 방식이 폭력이라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저자는 화가처럼 생명을 부여하는 관계 맺음을 제시한다. 이는 어떤 존재든 고요히,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면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상대를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착각과 불안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폭력을 사랑으로 혼동하고 있는가.
사랑은, 고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