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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규 Feb 27. 2019

취미는 대가 없는 기쁨이다

취미는 대가 없는 기쁨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곳 아산에 내려온지 벌써 5년이 되었다.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나이이지만 이곳에 내려와서 별 다른 취미와 여유를 갖지 못하였다. 학교 적응이 되고 나니 아내와 취미활동을 하고자 학교 주변에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주변 민속마을 관광지를 둘러보기, 최근 들어 골프 연습까지 해보면서 나름 하나둘씩 새로움을 느껴가는 중이다.

취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뭔가 모르게 푹 빠져 몰입하다 보면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이 이다.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의 삶을 보면  나이 35세라는 늦은 나이에 직업소명을 갖고 인생의 전환기를 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갱은 섬세한 계산능력을 요구하는 일에 탁월했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취미로 수집하면서 선물 중개인을 그만두고 화가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자신의 처지가 자식이 병들어 아프고 이혼까지 하면 무일푼임에도 불구하고 화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밤새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내가 고갱의 상황이었다면 자신의 소명인 화가를 할 수 있었을까?

‘대가를 따르라! 그런데 대가를 흉내 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가가 왜 대가이겠습니까? 그들은 누구도 흉내 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가인 것입니다’라는 고갱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미래의 꿈의 밑그림을 잘 그려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몰입을 위한 시간을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취미를 통한 인생의 몰입은 고갱뿐만 아니라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 연주를, 영구의 정치가 위스턴 처칠은 짧은 낮잠을 자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나(석규)도 학교일을 바쁠 때 늦은 시간 서재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몰입을 하게 된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다.

아내로부터 가끔은 일 중독이야!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한 번의 인생을 일을 하면서만 살아가는 삶은 내가 만난 세상의 전부가 일로 도배되어 버린다. 가족들과 함께 종종 여행도 가고, 영화로 보며 어깨를 부딪혀 가며 오늘은 어떻게 지냈는지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우리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일이 많을 때는 새벽 5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가 맡은 중간보고서 분량을 채우기 위해 꼬박 밤을 새워가며 일한 적이 있다. 마침 장모님이 집에 오셨던 날에 나를 보고 놀라는 모습으로 걱정하셨던 일이 생각난다. 나 또한, 일 중독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취미활동을 하면서 우리에게 회복과 충전의 시간을 필요하다. 이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게 하고 또 다른 삶의 열매를 맺게 하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일을 하는 것과 취미활동을 통해 몰입하는 것이 차이점은 고통이라는 단어에서 차이가 있다. 밤새 일을 하는 것은 아무리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한다 해도 결국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물에 상관없이 취미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고통과 스트레스는 텅 비게 되어 버린다. 심리적 여백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해방시켜주는데 그것은 자아를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잠시 사라지는 것은 취미생활을 통해 몰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만큼 몰입은 우리에게 큰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데 이는 당신의 미치광이처럼 무엇인가에 몰입했을 때 이루어진다. 많은 학자들이 이를 두고 희열(bliss), 절정 경험(peak experience), 텅 빈 마음 등으로 정의한다.

아마추어(amateur)라는 말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대가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는 라틴어의 아마토르(amato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마추어는 뭔가의 대가를 위해 일하지 않는 스스로의 자유를 통해 기쁨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공자의 말 중에도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직업을 선택하는 일도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하루하루의 삶이 다르다. 자유와 기쁨의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2학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 2병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슴 뛰는 몰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입 수능 준비로 인해 딱딱한 교실에서 공부만 했던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와서 스스로 뭔가 도전하고 열중하라는 것은 사춘기 학생에게 ‘지성인이 되어라’라고 강요하는 것과 똑같다.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열중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소망일 가능성이 높다. 소망은 곧 부름의 메시지로 직업 소명을 갖게 한다. 소망은 욕망은 다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욕망은 결과 지향적이고 소망은 과정 지향적이다. 욕망은 활활 타오르다가 식어가는 모닥불 같아서 금세 공허하게 되지만 소망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늘 몰입의 기쁨으로 우리에게 힘을 더해 준다.

내가 진로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대부분의 학생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열중하고 미치도록 몰입했던 경험을 써보라고 하면 없다고 한다. 부름의 메시지는 여러 가지 길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아르바이트, 독서, 세미나, 소중한 선배와의 만남 등이다. 지금, 여기 당신이 가장 열중해왔던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부름의 메시지를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살아오면서 미치도록 몰입하여 가슴 뛰는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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