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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규 Jul 10. 2019

더위는 하늬바람을 맞으며 피하라


초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2018년 여름은 역대로 더위 기록을 세운 해였다.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라고 전국이 난리도 아니었다. 옛날엔 여름이면 대나무 돗자리를 깔고 이겨냈지만 보통 더위가 아닌지라 대나무 돗자리도 소용이 없었다. 


다산 선생이 말한 더위를 없애는 법에서 송단호시(松壇弧矢)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활을 쏘는 것으로 더위를 피한다’라는 의미이다. 호시(弧矢)는 '상호봉시'(桑弧蓬矢)의 줄임말로 천지사방을 경륜할 큰 뜻을 말한다. 옛날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어 문 왼쪽에 걸고 봉초(蓬草)로 화살을 만들어 사방에 쏘는 시늉을 하며 웅비할 것을 기대했던 풍습이 있었다. 다산은 소나무 우거진 곳에 과녁을 세우고 술동이를 준비하고 자리를 만들어 길손을 맞이하여 활쏘기를 하면 뜨거운 여름도 보낼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여름은 무더웠다. 냉방기가 전혀 없는 시절 더위를 피해 바람을 맞으며 산으로 바다로 가 더위를 식혔다. 

선조들도 그랬지만 더운 여름을 에어컨보다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이다. 작은 바람 속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바람은 잠시 더위를 식혀줄 뿐 마음속에 시원함까지 주지는 못한다.


 여름을 따라서 오는 바람인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이다. 하늬바람은 상쾌함을 불어넣어 주고 바람의 기운을 맛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여름을 참고 견디면 시원한 가을이 다가오고 곧 겨울이 된다. 덥다고 참지 못하는 사람은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돌린다. 이마에 바람의 기운을 느껴보라. 바람은 그늘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직업을 얻는 과정엔 늘 이기지 못할 여름만 있지 않다. 아무리 덥다 해도 때로는 시원한 하늬바람을 맞으며 여름을 이겨낼 수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니는 살아 계실 적 늘 자식들에게 어려움을 견디는 법을 알려 주셨다. 집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항상 강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해도 새벽기도에 낮에는 일을 나가시고 집안 살림까지 하시는 어머니의 삶이 그러셨기에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장교로 훈련받을 때 뜨거운 여름 훈련 과정에서도 소금물을 먹으며 버티던 생각이 난다. 뜨거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는 여유와 힘은 어디서 올까? 그것은 스스로 끝까지 인내하는 정신에서 나온다. 가만히 앉아서 더위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보다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여름을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견디고 이겨내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더 시원한 하늬바람을 맞을 수 있고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마다 인생을 견디고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색깔을 그리며 살아간다. 색깔이 어떻든 상관없다.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으면 된다. 그림을 그릴 때 우선 유명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영감에서 나오는 그림이야말로 자신만의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앞을 보며 점과 점을 연결할 수는 없다. 뒤돌아볼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 당신은 미래에 언젠가 점들이 연결될 거라고 믿어야 한다.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 당신의 직감, 운명, 삶, 카르마, 뭐든지. 이 접근법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고, 내 삶의 모든 것을 이뤄내게 해 주었다.’

                                                                      – 스티브 잡스


하찮은 사람은 늘 무엇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현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to do형 인간의 특징은 실망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명확히 알며 그런 사명감을 갖고 끝까지 인내하고 인생을 그려나가는 사람이다. 인생은 60대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60세면 정년을 맞이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년이라서 이제 인생은 끝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없다. 태양은 늘 뜨겁고 빛나야 제 역할을 한다. 그것이 태양의 역할이듯이 사람의 인생도 늘 더위에 허덕이는 삶만 있지 않다. 때로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되어 시원한 맛을 보며 살게 되어 있다.


무슨 일이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은 시원한 하늬바람의 기운을 맛볼 수 있다. 인생이 늘 여유로운 삶으로 이어지고 잘될 수는 없다. 시원한 바람만이 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여름은 늘 또다시 다가온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평생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생각은 직업을 얻는다는 것에 대한 오만이다. 편하게 살려는 행동은 실패의 연속이다. 실패의 연속은 누군가에게는 패배의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신호일뿐이다. 실패와 패배의 차이는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지에 대한 마음의 자세이다.


늘 잘 나가는 인생과 환경을 조심하라. 잘 나가는 인생도 더운 여름을 이겨내야 하는 계절과 마주쳐야 한다. 이는 자신을 자만하게 하고 실패를 패배로 만들기 때문이다. 패배하지 않으려면 남들이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꾸준히 해왔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하라.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사명이라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다 보면 실패가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패배를 두려워하라. 직업을 얻는다는 건 어려움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실패가 두려워 패배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직업을 얻는다는 건 더운 여름을 하늬바람을 맞으며 피하는 것과 같으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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