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새벽을 본 사람들 (제1편 마지막 회)
안드레이의 무죄를 증언해 준 사람은 막심이 아닌, 진한 향수의 여자였다.
그러니까 살인이 있던 그날,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고 죽어있는 나타샤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타샤의 품에는 검은색 고양이가 있었으며 그 고양이를 가져간 사람의 뒷모습도 기억하고 있었다. 키가 170cm 정도였고 덩치가 컸다는 것이다. 키가 180cm에 가까우며 깡 마른 안드레이와는 그림이 맞지 않았다.
경찰은 고양이를 가져간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왜 경찰이 그토록 고양이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죽은 나타샤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늘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했다. 직장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양이를 마치 자식 다루듯 애지중지했고, 고양이 목에 걸고 다니던 목걸이가 아주 특별해 보였다는 것이다. 흔히 모양의 목걸이가 아니었다고.
나타샤에게서 살인자가 유일하게 가져간 것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사라진 고양이가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남편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얼마 후 경찰의 조사 결과가 신문에 실렸다. 주요 내용은 고양이와 함께 범인! 살해된 나타샤의 남편 빅토르에 대한 것이었다.
빅토르는 3년 전 교통사고로 죽기 전까지 마을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나와 같은 이방인들뿐이었다. 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빅토르는 나타샤보다 25살이나 많은 노인이며 젊은 시절인 구소련 때는 비밀경찰이었다. 비밀경찰 중에서도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 당시 비밀경찰이 하는 일은 사람들을 감시하고 사람들의 약점을 알아내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뿐 아니라, 개인의 비밀까지도 알 수 있는 대단한 자리였다. 이 작은 마을에서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이 간다.
조사가 발표된 후 나는 마을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 마을 토박이들에게서는 긴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빅토르에게 아내와 자식이 있었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빅토르는 왜 이것을 숨겼을까? ’
살해당한 여자가 빅토르의 아내라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을 더 큰 충격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막심도 고양이도 이제 이 마을에 없다.